어릴 때 나는 혼자서도 잘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8월 8일 | 정가 7,000원

어릴 때 나는 혼자서도 잘 놀았다고 들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서 친구들이 놀러 왔나 하고 방을 들여다 보면 혼자서 1인 2역을 하면서 놀고 있어서 재미있는 애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하는 놀이는 하지 않는다. 아마 상상력이 사라지고 현실이, 고정 관념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어른이 되니까 구속과 제약이 많은지…피곤한 일이다.

어른이 되면 아무데서나 실실 웃거나 큰 소리치면 안 되고 음식을 질질 흘리고 먹어도 안 된다. 울고 싶을 때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우는 게 좋다. 아기가 우는 것은 가엾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우는 건 왜 그렇게 추한지!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힘든 일은 하기 싫은 일들을 여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뭐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다. 어떤 일이냐가 달라진 것 뿐이지 여전히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고 해야 한다는 게 어른의 비극이다.

이 책의 티모데처럼 마음껏 공상을 할 수 있는 어린이 때가 좋을 때다. 티모데는 틈만 나면 공상의 세계에 빠져서 마음껏 모험을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건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공상 속에서 여러 가지 인물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사건도 경험한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 올 때는 말을 타고 오는 것처럼 상상하고 수업 중에도 수업을 들으랴, 상상을 계속 하랴 진짜 바쁘다. 이런 티모데가 진짜 부럽다. 나는 왜 그 재미를 잃어버렸을까 아쉽고 어린 시절이 그립다.

지금도 기억나는 어릴 때 내 상상의 조각들은 티모데의 공상처럼 박진감이 넘치거나 구체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내 주변, 일상과 관련된 것들을 상상하는 수준이였었다. 선생님 놀이를 하면서 선생님이라고 긴 드레스처럼 치마를 만들어서 놀았던 일, 가게 놀이 하면서 책상을 뒤집어 계산대 만들고 놀았던 일, 인형을 갖고 이 역할 저 역할 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엄마한테 혼난 날은 우리 친엄마는 어디 다른데 있는데 내가 여기 잘못 와 있어서 언젠가 우리 친엄마가 나를 찾으러 올거라는 황당한 상상도 했다. 비가 내리고 밖이 캄캄한데 엄마, 아빠가 집에 없었던 날은 할머니 방에 누워서 천둥, 번개가 엄마, 아빠 우산에 번쩍 내려서 엄마, 아빠가 죽을까봐 질질 울어서 할머니를 놀래키던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웃기는 일이다.

언젠가는 아빠 따라 이발소에 갔다가 이발소 아저씨가 아빠 얼굴에 하얗게 비누 거품을 묻히는 걸 보고 아빠 죽일까봐 질질 울었었다. 우리 아빠가 그 때 “우리 아빠, 죽이지 마세요. 그래야지 그냥 울기만 하면 어쩌냐?”라고 커다랗게 웃던 기억이 난다. 그 때가 그리워 예전에 살던 동에에 가 봤었다. 큰 길과 동네 아이들과 놀던 공터는 알아 볼 수 있었지만 우리가 살던 집은 아파트로 변해있었다. 개미굴같은 골목길이 조금 남아있는 게 그나마 섭섭함을 달래줬다. 기억 속보다 그 동네는 작아 보였다. 그리움이 그 집을, 골목을 키웠었나 보다. 그립다. 젊은 부모님과 어린 내가 있던 그 시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