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작은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지각대장 존]을 빌려가지고 왔어요.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셨는데, 너무너무 좋아서 빌려왔다네요. 덕분에 엄마도 뒤늦게 알게 된 멋진 책!
존의 이름이 무려 10자라며 신기하다고 매일 이름을 노래처럼 부르네요. 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난생 처음 쓰게 된 독서감상문의 첫 책으로 역시 이 책을 선택하네요. 쓰는 것이 아직 서툴러 처음에는 아이가 말한 것을 엄마가 적어주고, 그걸 다듬어서 아이가 직접 글로 써보았지요. 처음 쓴 독서감상문은요~
<아이가 쓴 독서감상문>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에게
존, 너는 지각하고 싶지 않았지?
학교 가는 길에 악어가 가방만 물지 않았다면 지각하지 않았을꺼야.
그런데 선생님은 너를 안믿어줬지.
선생님은 너에게 300번이나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 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이런 말을 쓰게 했지.
존, 너무 속상했지?
그 다음 날 사자가 나타나서 바지를 물었지.
그런데 또 선생님은 네 말을 무시하고 400번 외치라고 했어.
존, 너 괜찮니?
나 같았으면 선생님한테 화냈을거야.
하지만 존, 그 다음날은 파도가 밀려와서 너를 덮치고 말았구나.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또 선생님이 네 말을 안 믿었지.
다음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지각을 안 하니까 참 기분이 좋았겠구나.
털복숭이 고릴라한테 잡혀있는 선생님 말을 너도 믿지 않았지.
존, 사실은 나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네 말을 믿지 않던 선생님이 고릴라한테 붙잡혔기 때문이야.
네가 했던 말 모두 진짜라는 걸 선생님은 이제 알게 되었어.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나랑 만나서 함께 학교에 가지 않을래?
그런데 학교에 지각하면 어떡하지?
선생님이 우리 말을 믿어주실까?
그리고 오늘 두번째로 독서감상문의 대상으로 등장한 지각대장 존!
사연인즉슨~
– 엄마 나 상장 2개나 받았다~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의 목소리가 기쁨에 차있네요. 얼굴은 싱글벙글~
한학기동안 독서록 기록을 열심히 했다고 [동장]을 받았고, 칭찬스티커를 많이 모았다고 [바른생활상]을 받았네요. 그리고 줄넘기 9급 인증서까지! 학교에서 세장을 자랑스럽게 가지고 왔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학교 숙제로 독서록을 한편 써야했지요.
지금까지 썼던 25편의 독서록은 몽땅 [편지글] 형식이었기에, 별 기대도 없이 이번엔 누구에게 편지쓰나 하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아이가 하는 말.
– 엄마 나 상장 줘도 돼?
– 상장? 무슨 상장?
– 주인공한테 상장 주고 싶어.
– 그래??? 좋~~~지.
그러더니 방에 들어가 금방 써서 가지고 나오네요.
바로 이것이었답니다~
<상 장>
제 1학년 1반 성명 존
위 학생은 평소에 바른행동을
하여 칭찬합니다.
백운초등학교장 이민경
세상에, 좋아하는 책 주인공인 지각대장 존에게 [바른생활상]을 주었네요?
상장 스타일의 독서록 아이디어를 스스로 생각해낸 것에 저는 무척 탄복했답니다.
그래도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죠.
– 그런데 지각대장 존이 어떤 바른 행동을 했어?
– 음… (묵묵부답)
– 지각한 것은 좀 나쁜 행동이잖아…
– 음… 존은 거짓말을 안했어!
그러더니 상장 아래에 [거짓말을 안한 것]이라고 적어놓았네요.
“거짓말” 대신 “거진말”이라고 맞춤법을 틀리게 써서 한번 더 엄마를 웃게 만들었구요.
그래도 귀엽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