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을 읽다보면, 어른인 내가 아이들 보다 먼저 반하게 되는 책, 이야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책이 있기 마련인데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 시리즈가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된 뒤 아는 사람들한테 한 번 읽어보길 참 많이 권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렵다거나 딱딱하다거나 무겁다거나 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쉽고 재미있으며, 따뜻하고 유쾌해서 읽고나면 누구나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리말로 책을 옮긴 번역솜씨도 아주 좋아서 번역동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쉽고 깨끗한 우리말이 잘 살려져 있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점이 많은 개구리와 두꺼비가 어떻게 우정을 나누며 친구가 되었을까?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지만 개구리와 두꺼비는 서로 달라서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개구리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하고, 부지런하고, 재치있고, 순발력 있고, 꼼꼼하면서, 아마도 또래보다 조금 성숙할 것 같은 그런 친구이다. 그와 달리 두꺼비는 느리고, 둔하고, 겁이 많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두려워 하지만 솔직 담백하면서 정이 많은 그런 친구이다.
봄이 되어 개구리가 두꺼비를 찾아가 함께 봄을 맞으러 나가자고 깨워보지만 두꺼비는 침대에서 꼼작도 안한다. 4월의 따뜻한 햇살이 얼마나 반가운지 이야기 하는 개구리한테 두꺼비는 5월이 되면 깨워 달라고 말하고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 버린다. 11월부터 뜯어내지 않은 달력을 4월까지 다 찢어내고 두꺼비한테 보여주니 그제서야 일어나 봄날 세상을 구경하러 나간다.
그런데 ‘이야기’ 편에서는 개구리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런 개구리를 위로하기 위해 두꺼비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지만 도무지 생각나는 게 없다. 문 앞을 왔다갔다 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해보고, 머리에 물을 붓기도 하고, 벽에 쾅쾅 머리를 부딪혀봐도 생각나는 게 없다.
마음은 가득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고, 어눌한 두꺼비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정감이 간다. 개구리는 그런 두꺼비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마음만으로 위로를 받아 이번에는 개구리가 유창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사이에 두꺼비는 벌써 잠이 들고 만다.
‘단추 찾기’에서는 자기집 선반 위에 단추를 올려 놓은 걸 모르는 두꺼비가 단추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단추가 없자, 점점 울먹이면서 소리까지 지르는 두꺼비 옆에서 개구리는 참 정성껏도 도와준다. 그런 개구리의 마음을 알기게 두꺼비는 집으로 돌아와 단추를 찾고는 집에 있는 단추를 몽땅 단 멋진 윗도리를 개구리한테 선물해준다.
이런 개구리와 두꺼비가 나누는 우정의 절정을 ‘편지’ 가 보여준다.
두꺼비는 지금껏 한 번도 편지를 받아 보지 못해서 너무 슬프고, 자기가 불행하다고 까지 생각한다. 그런 두꺼비를 보고 개구리는 서둘러 집으로 가서 두꺼비한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마침 친한 달팽이를 만나 그 편지를 두꺼비집 우편함에 넣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달팽이가 편지를 배달하니 그 시간이 얼마나 길까? 두꺼비와 개구리가 함께 기다려도 편지가 오질 않는다.
나흘이 지난 뒤에야 “안녕, 두껍아. 네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게 기뻐. 너의 가장 친한 친구 개구리가.’ 이렇게 쓰인 편지를 받아 본다.
그 편지를 받아 본 두꺼비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개구리와 두꺼비는 서로 다르지만, 나름대로 자기 방식대로 친구를 아끼고 위해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자기 방식을 친구에게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만약 개구리가 자기와 너무 닮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비슷해서 통하는 점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우울한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온몸으로 애쓰는 그런 친구를 만날 수는 없었겠지. 두꺼비도 마찬가지이다. 자기와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를 만난다면 봄을 맞으러 나가는 새로운 일 같은 건 꿈도 못 꾸겠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우리 아이도 내년에는 더 많은 친구를 만날 것이다. 그 가운데는 자기와 닮은 점이 많아 익숙한 느낌을 주는 친구도 있을테고, 너무 달라서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낯선 친구도 있을테지. 개구리와 두꺼비처럼 우리 아이도 그렇게 조금씩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며, 그 가운데서 마음을 나누는 값진 우정을 쌓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