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아이들의 바램. 눈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5년 12월 1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4건

온 세상 아이들의 바램. 눈 오는 날을 읽고

우리집 아이들은 벌써부터 눈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겨울이 됐는데 왜 눈이 오지 않는냐고 물어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는 눈이 잘 오지 않아서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고, 그리고 겨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고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아이는 엄마의 대답이 썩 내키지는 않는 모양이다.

‘눈을 기다리는 마음’,’눈 오는 날의 기쁨’은 우리집 아이들뿐만 아니라 온 세상 아이들 모두가 느끼는 공통된 마음이겠지. 그래서 아이들 책에서 빠지지 않는게 눈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는 여러 책들 가운데서도 에즈라 잭 키즈의 ‘눈 오는 날’ 이 책이 참 좋다.
주인공 피터가 흑인 아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눈 오는 날, 피터가 보여주는 행동과 마음이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참 친근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도 그랬다. 겨울은 춥고, 밖에서 뛰어 놀 수도 없지만, 단 하나 눈 오는 날의 그 기쁨 때문에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어오면 항상 대답하기를 망설여야 했다. 밖에서 가지고 놀던 눈을 엄마 몰래 집안으로 가져 오고, 동네 언니들과 어울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눈 덮인 하얀 길을 제일 먼저 걸어 다니고 싶어 아침밥도 먹지 않고 동네를 걸어 다니며 발자국을 찍었는데 주인공 피터도 그렇다.

눈 오는 날 아침, 발자국을 만들며 걸어가는 피터, 천천히 발을 끌기도 하고, 나무 막대로 눈을 톡톡 건드려 보면서 그렇게 눈을 맞이 한다. 눈 덮인 산에 올라가서 미끄럼틀까지 타는 피터를 보면 나도 시골 외가에서 비닐을 깔고 언덕 내리막을 내려 오던 그 때가 막 그리워 진다.
집에 들어와 목욕을 하면서도 오늘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하는 피터는 밖에서 가지고 온 눈 뭉치가 없어져 슬프다. 어릴 때 나도 밖에 큰 눈사람을 만들어 놨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워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 집안으로 가져 들어오고 싶어했고, 부모님은 녹아서 물 흘러내린다고 나무라셨는데 피터를 보니 그 일도 떠오른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밖에 만들어 놓은 커다란 눈사람이 녹아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제일 먼저 그것부터 확인했는데 피터는 밤에 햇님이 눈을 몽땅 녹여 버리는 꿈을 꾼다. 다행히 그 꿈은 가짜였고 피터가 눈을 떴을 때는 눈 덮인 그대로 하얀 세상이다.

피터는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과 함께 수북이 쌓인 눈 속으로 걸어가는 피터의 모습을 보면 나도 저절로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어 ‘피터는 정말 좋겠다’는 부러움이 일어난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어른이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면 ‘빨리 눈이 오면 좋겠다. 눈은 언제와?’ 이렇게 연신 물어오는 아이를 성가시다 내치지 않고, 그 말에 담긴 아이의 간절한 바람에 엄마인 나도 함께 끼어 들어 ‘엄마도 빨리 눈이 오면 정말 좋겠다’고 말할 수 있다.

책 크기도 크지 않고, 콜라쥬 방식의 그림들도 소박하지만, 눈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과 눈 오는 날, 아이들의 일상을 너무나 잘 담아낸 이 책은 겨울이면 생각나는 그런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