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소년」 이 책의 표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 글, 그림 야시마 타로 | 옮김 윤구병
연령 8~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7월 1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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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소년」 이 책의 표지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뭐라 말할까? 아니 그 이전에 어른들은 뭐라 말할까? 이 책을 두고 “아이들 보는 책이 이렇게 그림이 어둡고 칙칙하냐?” “뭔가 음산하고 무서운 느낌이 든다.” 하는 어른들을 많이 보아왔다. ‘내가 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그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뒤 느꼈던 그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밝고 환한 원색의 그림책뿐만 아니라 흑백의 그림책도 좋아하고 흑백으로 된 그림에 더 매료되어 집중을 잘 하기도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까마귀소년은 흑백으로 그려진 건 아니지만 흔히 아이들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그림과는 많이 다르다. 투박하고 거친 선으로 슥슥 스치듯이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지…. 물론 칙칙하고 어둡게 보자면 한없이 그렇게 보이겠지만, 그래서 아예 이 책을 더 이상 열어보고 싶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이 책의 주인공 땅꼬마를 따라가보길 바란다.

학교에 간 첫날부터 마룻바닥 밑에 숨어버린 아이. 아주 작은 아이라는 뜻을 지닌 땅꼬마는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다. 공부할 때도 놀 때도 언제나 외톨이가 되어버린 땅꼬마는 마침내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을 궁리해낸다. 뚫어지게 천장만 쳐다보기도 하고 나뭇결을 관찰하고, 보통 아이들은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하나한 살피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땅꼬마는 작은 일상에서 놀라움과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이들 눈에는 그런 땅꼬마가 더 이상하게 보이고, 바보 멍청이라고 놀림받기에 이른다. 그런데 6학년이 되어 만나게 된 이소베선생님은 이 아이를 학예회 발표회에 내세우고 땅꼬마는 까마귀소리를 멋지게 흉내낸다.

아이와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내용만 따라 읽지 말고 직접 땅꼬마가 되어 땅꼬마처럼 뚫어지게 천장을 쳐다보길 권한다. 책상의 나뭇결도 골똘히 관찰해보고 옷 어깨부분의 꿰맨 곳을 찾아내어 꼼꼼히 살피기도 하고 비 오는 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면서 땅꼬마가 발견한 놀라움을 아이와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땅꼬마가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소리를 듣는 장면이 나오면 아이와 엄마도 눈을 감고 멀리서 가까이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보고, 작은 벌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냥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느껴보자. 그래야만 이소베선생님이 땅꼬마를 새롭게 발견해냈듯이 우리도 외톨이, 바보멍청이라 불리는 땅꼬마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최고 절정은 땅꼬마가 흉내내는 까마귀 소리에 있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읽어서는 그 묘미를 알 수가 없다. 땅꼬마가 여러 가지 까마귀 소리를 흉내낼 때는 아이와 같이 그 소리를 상상이라도 하면서 흉내내보자. 알에서 갓 깨나온 새끼 까마귀 소리, 엄마 아빠 까마귀 소리,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 소리,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우는 까마귀 소리 즐겁고 행복할 때 내는 소리… 우리는 땅꼬마처럼 까마귀 소리를 직접 듣고 살피지 못했지만 그냥 흉내라도 내보길 바란다. 그러면 까마귀 울음소리가 이렇게 저마다 다 다르다는 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목나무에 앉아 우는 까마귀 소리. 앞장의 것들은 어떻게 대강 상상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겠지만 만약 작가가 친절하게 땅꼬마가 내는 고목나무에 앉아 우는 까마귀 소리를 구음으로 적어 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감히 흉내라도 낼 수 있었을까? 그 외롭고 쓸쓸한 까마귀 소리를…
“까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아악”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소리를 따라내다 보면 고목나무에 앉아 우는 까마귀소리가 바로 땅꼬마의 마음을 담고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외롭고 쓸쓸한 땅꼬마의 마음을.

그런데 땅꼬마는 어떻게 까마귀소리를 하나하나 다르게 흉내낼 수 있었을까? 꽃이란 꽃이름은 다 알고 머루가 자라는 곳이며 돼지감자가 자라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땅꼬마. 요즘 왕따니 따돌림이니 하는 게 초등학교 아이들사이에서는 큰 문제인데…. 땅꼬마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나무와 풀, 꽃, 새들과 친구가 되어 그 쓸쓸한 학교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타박타박 걸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가? 자연의 신비와 따뜻함이 땅꼬마의 마음을 위로해주었고, 땅꼬마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스스로 배웠지만 요즘 우리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던지게 되는 물음이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니라 고학년 아이들이 읽어보기를, 아니 그보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