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좀 심심했다. 장편소설이라면 응당 갖춰야 하리라 생각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 진진한 스토리기 아니면, 해리포터 류의 극적인 판타지가 아니라면, 적어도 뒤끝에 놀라운 반전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동문학의 고전이라더니, 이러다 억지 감동으로 끝을 맺으면 어쩌나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조금 더 읽어보니 읽는 재미는 있었다. 전체 학생수라야 고작 6명 밖에 되지 않는 어촌 마을 특별히 주인공이 될 만한 아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이들 누구에게서도 비범함이나 결핍을 느낄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러나 6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최선을 다해 수레바퀴를 구하는 장면에서는 숨을 죽이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선생님은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시지만 결코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작은 단서를 던져줄 뿐이다. 황새에 관해서도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주신다. 자칫 황새를 돌아오게 한다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왜 그런지 자꾸 생각하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말로 일으켜 세운다. 바퀴를 찾을 때도 있을 만한 곳도 찾아보고 없을 만한 곳도 찾아보라는 말씀은 아이를 키우는 내게 들려주는 격언 같았다.
황새를 돌아오게 할 수레바퀴 구하기는 마침내 온 마을을 깨운다. 90이 넘은 노인부터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동생들까지 등장하게 만든다. 노인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수레바퀴를 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다리를 잃은 뒤 사람들과 단절하고 살던 야뉘스씨의 결정적인 주도로 무사히 바퀴를 얻게 된다. 부모들은 폭풍우 속에서 힘을 다해 바퀴를 학교지붕 위에 올리고, 동생들은 황새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 역할을 수행한다.
뭐 이만한 일로 마을 전체가 호들갑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이 마을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마을 전체가 다 함께 하는 일인데, 게다가 황새가 돌아온다지 않는가. 지붕 위라도 기꺼이 올라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자 웃음이 났다.
생각해보니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특별한 인물,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잔잔한 우리네 삶의 특별한 추억, 바로 이런게 아닐까? 300 쪽이 넘는 본문을 단숨에 읽어 내리면서 자극적인 이야기에만 길들여져 온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인 드용의 고향사랑이 놀라왔다. 8살에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이 마치 어촌 출신이 아닌가 생각될 만큼 눈에 잡힐 듯한 바닷가 풍경이나 마을 주민들의 일상사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지 않았더라면 자전적 소설로 여겼을 것이다. 그의 자연사랑과 고향사랑이 묻어나는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본다. [집 없는 개]도 꼭 한번 읽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