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담고 있는 트레버
헨리에타의 첫 겨울을 읽으면서 좋아하게 된 톰 루이스의 트레버가 벽장을 치웠어요는
밝고, 유쾌해서 좋다.
‘트레버가 벽장을 치웠어요’는 엉뚱하고 호기심 맣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
아이들의 세계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모든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트레버는
오늘따라 뭘해도 심심하고 따분한 기분이 든다.
가족들은 심심해하는 트레버에게 이런 저런 일을 권해보지만 그래도 썩 내키지 않는다.
바닷가에 소풍을 가자는 제안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트레버는 결국 혼자 집에 남겨지게 된다.
가족들은 트레버에게 벽장을 치우라는 말을 남겨두고 소풍을 가고,
트레브는 벽장문을 열어 본다.
와……. 벽장은 따분하고 심심한 트레브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만했다.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던 장난감과, 어릴 때 쓰던 물건들까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벽장은 지루한 트레버에게 흥미진진함 그 자체였다.
더구나 엄마는 벽장을 치우라고 했으니, 벽장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트레버는 열심히 벽장을 치운다.
벽장에서 나온 여러 장난감들을 만지작 거리다 보니 하루 종일 심심할 틈이 없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어른인 나도 모처럼 마음 먹고, 서랍 정리를 하다보면 그 안에서 나오는 여러 물건들을 다시 살피기도 하고, 혹시 편지라도 끼여 있으면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옷장 정리를 하다가 나오는 헌 옷도 쉽게 버리거나, 정리하지 못하고,
다시 입어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으니……. 어린 트레버는 오죽할까?
하루종일 심심하고 따분해 기분까지 가라앉은 트레버,
가족들의 어떤 권유도 트레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는데
여러가지 물건들로 꽉 차 있는 벽장이 트레버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벽장 좀 치우라는 엄마의 말에 열심히 그 말을 따르면서 벽장안에 있는
온갖 장난감들을 집안으로 다 치워버린 트레버.
자기 기준으로 엄마의 말을 해석해버리고,
벽장에서 쏟아져 나온 장난감을 뒤지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는
트레버를 보니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은 자기들과 닮은 점은 많은 트레버를 보면서,
‘벽장 속을 이렇게 마음껏 뒤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고,
어른들은 엉뚱하고 유쾌한 트레버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세계, 아이들의 마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