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작은 손길, 꼬마 요정

구두장이 마틴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이라 궁금해서 그린 이를 살펴보니 같은 사람이다.

구두장이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도 그렇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가슴이 훈훈해지는 따뜻함도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구두장이와 꼬마요정은 그림형제의 동화답게 꼬마 요정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니

아이들은 요정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로움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고,

‘아 이런 요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어른인 나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되니

그림 형제의 동화는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는 가보다.

가난하지만 신앙심 깊은 구두장이는 성실하게 살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가난해진다.

구두를 만들 가죽을 산 돈도 없이 가난하게 살고 있던 구두장이한테는

이제 구두 한 켤레 만들 가죽 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변함없이 다음날 구두를 만들기 위해 가죽을 잘라놓고 잠이 드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름질 해놓은 가죽이 아주 멋진 구두로 변해 있었다.

그 구두는 손님 마음에 쏙 들어 손님은 보통 구두 값의 두 배를 주고 이 구두를 사갔다.

구두장이는 그 돈으로 다시 가죽을 살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구두장이는 다음날 구두를 만들기 위해 가죽을 잘라 놓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멋진 새 구두가 떡하니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 구두는 손님의 마음에 쏙 들어 또 비싸게 팔리고,

밤마다 가죽을 잘라놓으면 아침에는 또 멋진 구두가 만들어져 있으니

신기하게 여긴 구두장이 부부가 하루는 잠을 자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밤이 되니 꼬마 요정들이 가게로 찾아와 그 작은 손으로 밤새 구두를 만들어 놓고는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꼬마 요정들을 살펴보니 옷을 입지 않은, 모두가 맨몸 그대로였다.

겨울밤에, 춥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 부부는 꼬마 요정들을 위해 작은 옷과 구두를 만들기로 했다.

꼬마 요정한테 딱 맞을 만한 아주 작은 옷과 신발,

그 안에는 구두장이 부부의 정성과 고마운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밤이 되자 변함 없이 가게를 찾은 요정들은

구두장이 부부가 직접 만든 옷과 구두를 보고 좋아라하며,

이제는 더 이상 이 가게를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이런 옷까지 만들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니

이제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였을까?

다음날 부터는 밤이 되어도 가게를 찾지 않았다.

요정들이 도와 주지 않지만, 구두장이는 이제 자기 힘으로 가게를 꾸려 나갈 수 있었으니

더 이상 가난때문에 춥고 쓸쓸한 겨울날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안그래도 요정이라면 좋아하는 아이는 작은 요정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기한지

원래 요정들이 이렇게 작은지 자꾸만 물어 온다.

그래, 모든 그림책에 나오는 요정들은 이렇게 작은 존재들이지.

발가벗은 모습이라 더 눈길이 가는 작은 요정들……

구두장이 가게를 떠난 요정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에는 어떤 사람을 찾아가 힘들고 지친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까?

살다보면 가난한 구두장이처럼 성실히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때를 만나기도 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언제 그러한 때를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구두장이는 가난하고 추운 겨울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크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듯하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오히려 평화로워 보일만큼 잠잠해보이고, 대책없다 여길 만큼 꾸준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그를 보면서 작은 어려움에도 마음 흔들리는 나를 비추어 본다.

그도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을까?

최선을 다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쉽지 않은 세상이다.

혼자 힘으로는 이겨내기 쉽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 때,

그 사람을 작은 일으키는 작은 손길은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자기 힘으로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을 만큼만 살며시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그 손길.

아이는 우리한테도 이런 요정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곧 알게 되겠지.

우리한테도 꼬마 요정들이 보이지 않게, 살며시 다녀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