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카르헨의 숨바꼭질
아주 어렸을 때 하는 까꿍 놀이부터 시작해서 숨바꼭질, 깜짝 놀라게 하기, 숨은 그림 찾기……. 아이들은 이렇게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어디 구석에 들어가 숨어 있는 것도 너무 좋아라 한다. 아이들이 숨어 있기 좋아하는 곳은 여러군데가 있다. 문 뒤, 책상 밑, 이불 속……. 뭐 이런 것들인데 그 가운데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아마도 옷장이나 이불장 속이 아닐까 싶다.
우리집 아이들도 하루가 멀다 하게 이불장 속에 들어가 있는다. 둘이 들어가서 문을 닫고 거기서 온갖 놀이를 다하는 아이들을 보고, ‘못하게 금지를 시킬까?’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나도 어릴 때 저런 놀이를 너무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 또 망설여지곤 했다.
카르헨과 친구 키티도 많은 아이들처럼 옷장 속에 숨어 있는 걸 좋아하니 아이들한테는 이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방학을 맞아 할머니집에 놀러간 카르헨은 할머니집 옆에 사는 사촌 키티와 함께 밖에서 놀기로 한다. 당근 밭에서 당근 좀 뽑아 달라고 했는데 카르헨은 열두시가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다. 카르헨을 찾아 나선 할머니.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커다란 나무 뒤에도, 빨랫줄에 널린 이불 빨래 뒤에도 없고, 뒤채에 들어와 봐도 카르헨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뒤채에는 낡은 옷장이 하나 있으니 할머니는 틀림없이 거기에 카르헨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는 문을 열었다. 아! 사촌 키티다. 할머니의 시선은 키티 옆에 걸려 있는 외투에 꽂히고, 거기서 카르헨을 찾았다.
그런데 그림을 잘 살펴보면 할머니가 카르헨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바로 할머니집에서 키우고 있는 거위와 카르헨이 데리고 온 펭귄 인형이다.
할머니와 카르헨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거위와 펭귄도 인사를 나누고, 할머니가 카르헨을 찾아 나서자 거위는 펭귄에게 카르헨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듯하다. 거위는 카르헨의 빨간 신발 한 짝을 찾아내고, 뒤채로 가서는 카르헨과 키티가 먹다 남은 당근이 바닥에 널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당근 조각을 입에 물고 있다가 카르헨이 숨어 있는 외투 앞에 서서 외투 자락을 잡아 당겼다.
할머니와 카르헨이 숨바꼭질을 하듯, 할머니가 카르헨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거위와 펭귄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