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힘으로 지켜 가야 할 ‘평화’
이라크 파병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갖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사실 전쟁이란게 실감있게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나라 일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겪는 일, 물론 우리나라도 6.25전쟁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지만 벌써 반세기가 지난 일이니 지금의 아이들한테 현실감있게 느껴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 ‘나는 평화를 꿈꿔요’는 전쟁을 겪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상은 1-2학년이라고 해 놓았지만 고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난 뒤 전쟁이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를 가져다 주는지 함께 이야기 해보면 좋을 듯하다. 10년 전에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한동안 마음이 숙연해져서 무슨 말을 할 수 가 없었다. 전쟁이 아이들 마음에 남기는 엄청난 상처, 그리고 그 상처를 글과 그림으로 치유해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을 위해 어른들은 싸우는지, 누가 옳고 그른지, 어디가 선하고 악한지 그 모든 명분이 과연 아이들한테 얼만큼 설득력 있게 느껴질지 의문이 갔다. 전쟁을 치루어야 할 만큼 옳고, 좋고, 선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아무리 좋은 명분을 갖다 붙인다 해도 그것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어떤 신문 사설이나 논쟁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이 책 ‘나는 평화를 꿈꿔요’가 전달하고 있다.
내전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 옛유고슬라비아 아이들의 글과 그림에는 전쟁이 남긴 충격과 상처, 그리고 자기들이 겪은 전쟁이 다른 어디에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도 담겨 있다. 14살 둔냐라는 아이는 ‘모든게 참 괴상하다! 갑자기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든 사람이 너는 누구냐, 무엇을 하느냐,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정의를 위해 싸우느라고 사람들이 많이많이 죽었다. 그런데 무슨 정의란 말인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건지, 누구와 싸우는 건지. 사람들은 정말 알기나 하는 것일까?’ 하고 어른들에게 반문하고 있다.
아이의 이런 물음에 어른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해줄 수 있을까?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를 댄다해도 ‘정의’로움이라는 말을 갖다 붙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렇듯 1부 잔인한 전쟁에는 아이들 눈에 비친 참담한 전쟁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아빠, 전쟁에 나가지 말아요’라는 제목의 그림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총을 들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아이…… 갈 곳 없음이라고 되어 있는 그 아이는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것일까?
2부 ‘그들이 우리 집을 죽이던 날’과 3부 ‘악몽’에서는 아이들이 겪은 마음 저 깊은 곳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세발 자전거를 찾는 5살 아이의 글부터 여자와 아이들이 수용소로 강제로 끌려 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 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을 표현한 글과 그림들, 삼촌과 이웃 아저씨가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아이의 글을 보노라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이 엄청난 상처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야 할까? 마지막 ‘눈을 감으면 나는 평화를 꿈꿔요’에는 평화를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그래도 여기에서는 그림이 좀 밝아지고 환해져서 마음이 덜 무겁다. 아이들이 꿈꾸는 평화란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저 엄마 아빠 가족과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사는 것, 총과 탱크와 공습경보가 사라져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것……. 뭐 이런 것이다. 마지막에 덧붙인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라는 글은 아이들에게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를 생각해보게 한다. 세계화, 지구화라는 뜻이 빨리 영어를 익히고, 세계를 향해 꿈을 넓혀 나가라는 뜻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이 글을 읽으면서 평화란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전쟁을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겪으셨을텐데…… 그 모든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사는 어른들과 우리나라 6.25전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아이들이 무심코 하는 싸움 놀이와 공격하고 죽이고, 나쁜 놈을 물리치는 온갖 만화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싸움 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힘으로 지켜가야만 하는 ‘평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