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써니 브라운의 수많은 역작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0월 29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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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써니 브라운의 수많은 역작 중 하나인 “고릴라”는 아이와 함께 부모가 읽어봐야 할
필독서입니다. 핵가족화된 현대사회는 겉으로 아이에게 많은 애정을 쏟아붓는 것 같지만
사실 지난 대가족에서 맛보았던 가족간의 살뜰한 정은 부족하지요.
이 책은 이 시대 아이들이 부모와 겪게 되는 단절과 외로움을 극명히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겐 고릴라와의 상상의 세계를, 어른들에겐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한
조언을 주네요.

아빠와 한나는 함께 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빠는 일이 너무나 바빠
한나와 살뜰히 대화를 나눌 여유도 없지요.
아침 식사시간에도 아빠는 신문만 읽습니다. 한나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말이지요.
아주 중요한 기사라도 있는걸까요? 하루 한번 마주보는 시간에도 아빠의 시선은
한나에게 머무르지 않습니다.
한나는 언제나 일하는 아빠의 등만을 대할 뿐이죠. 어두운 방안에서
외로이 티비를 봅니다. 불도 켜지 않고 말이죠.
한나는 아빠와 함께 좋아하는 고릴라를 보러 동물원에 가고 싶지만
아빠는 매번 다음으로 미루지요.
생일날 아빠가 한나에게 선물한 것은 고릴라 인형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고릴라 인형이 주는 뜻밖의 달밤 나들이는 한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줍니다.

이 책의 장점은 너무나도 완벽한 일러스트입니다.
문제의 핵심인 아빠와 한나의 갈등을 그림을 통해 잘 표현해줍니다.
글이 아니라 그림만으로도 그 이미지를 잘 표출하지요.
아빠는 창백한 인상에 칙칙한 옷을 입고 있지만
한나는 복숭아 빛 볼에 빨갛고 파란 옷을 입고 있지요.
등장인물의 심리를 조명을 이용해 표현하기도 하지요.
어두컴컴한 서재에 틀어박혀 일만 하는 아빠의 모습이나
혼자 외로이 어두운 방에서 티비를 보는 한나의 모습 말이죠.
생일 전날 고릴라 선물을 뜯어본 한나의 실망감을
커다란 침대를 강조하면서 보여주네요. 사실 한나가 원했던 것은 고릴라보다는
아빠와 함께 하는 하루였으니깐요.
고릴라와 환상의 밤나들이를 하고 난 다음날 아빠는 고릴라의 영향인지 변해있네요.
아빠는 더이상 칙칙한 옷을 입지도 않고 창백한 인상도 아닙니다.
한나와 똑같이 빨간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온화한 표정의 아빠가 되어있네요.
뒷주머니엔 바나나 하나가 꽂혀있구요….
아빠에게 무슨일이 벌어진걸까요? 벽에 걸린 한나의 그림 처럼
아빠와 즐거운 나들이 가는 한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네요.

더불어 책의 제목이 고릴라 이니 만큼 그림 속 까메오처럼 등장하는 고릴라의
모습을 찾는 재미도 솔솔하네요.
명화 속의 고릴라의 모습, 자유의 여신상이 된 고릴라, 전등 갓의 고릴라 그림,
영화 포스터 속 고릴라 등 작가의 위트가 느껴지네요.
고릴라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인형과 고양이의 반응도 재미납니다.
머리가 쭈뼛 서고 털이 쭈뼛 서네요.

그림 속 유인원들의 모습 또한 사실감 넘칩니다.
그러나 사실적인 유인원들의 표정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시지를
볼 수 있네요. 인간들의 이기를 위해 차가운 철창에 갖힌
유인원들의 운명이 또 다른 숙제를 안기는 것 같습니다.
보다 자연적이고 오픈된 환경 속의 동물들을 꿈꿔봅니다.

선물해주고픈 책 리스트에 올려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그 자체가
저에게도 선물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