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카의 아픔과 행복……
깃털이 없어서 날아갈 수 없는 기러기 보르카가 식구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큐가든에서 다른 기러기들과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마음이 착잡하다. 큐가든에는 온갖 이상야릇한 새들이 있었기에 보르카가 깃털 대신 털옷을 입고 있다고 웃어대거나 놀리지 않고, 모두들 친절하게 대해서 보르카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르카의 행복을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딱하고 안됐는 마음이 들고, 사람 사는 세상에는 큐가든과 같은 곳이 어디 있을까 싶으니 그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 씁쓸하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깃털이 하나도 없었던 보르카, 의사 선생님은 정말 드문 경우라고 말하면서 플럼스터 부인에게 깃털을 짜주라고 말해서 깃털 대신 털 옷을 입고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기러기 형제들은 모두가 깃털이 있고, 엄마 아빠도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고 바빠서 보르카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언니 오빠들한테도 놀림거리만 되고, 헤엄을 배우려 해도 다른 기러기들이 못살게 구는 바람에 뒤처지고 보르카가 수업에 빠져도 아무도 알아차리질 못할 만큼, 관심이 없다.
날씨가 추워져 모두들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던 때. 깃털이 없는 보르카는 날 수가 없어서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르카가 빠졌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긴 여행을 떠나고, 보르카는 눈물을 흘렸다.
보르카의 엄마 아빠는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 그를 돌보지 않고, 그냥 혼자 남겨 두었을까? 엄마 아빠에게는 보르카 말고도 돌보아야 할 다른 식구들이 있고, 겨울 준비를 하고, 긴 여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르카를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배에 올라타게 된 보르카는 그 곳에서 파울러라는 개를 만나고 선장과 프레드 아저씨를 만나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보르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한 선장은 다른 거위들과 함께 지내라고 큐가든에 내려놓기로 한다. 몹시 슬퍼하는 보르카에게 매칼리스터 선장과 프레드와 파울러는 런던에 오면 꼭 보러 온다고 약속을 하고, 보르카를 남겨 두었다. 그리고 보르카는 그곳에서 온갖가지 이상야릇한 다른 새들과 어울려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부모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고, 다른 기러기 식구들에게도 놀림거리가 되었던 보르카의 이야기가 새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여러 다양한 새들과 살아가며 거기서 헤엄도 배우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보르카. 식구들이 그를 보듬어주고, 함께 해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 안타깝다가도 한 가족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싶으니 오히려 자기의 다름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인정해주는 곳에서 살아가는게 더 행복하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든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큐 가든 공원이 닫힌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살아가는 세상 한 복판면 제일 좋겠다. 기러기가 주인공이니 큐 가든이라는 공원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글을 쓴 것이지, 그곳이 세상과 격리된, 세상 사람들과 거리가 떨어진 그런 곳을 뜻하는 건 아닐 거라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아니면 세상 한 복판에서 조금 비껴난 곳이라 할지라도 다양성과 행복을 보장받아 이웃과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그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으로 치자면 보르카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조금 불편하게 태어난 것이라 볼 수 있을텐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보르카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큐 가든처럼 그런 곳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