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를 곤란하게 만드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5년 9월 25일 |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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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점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판형이 너무 커서 어떤 책꽂이에도 꽂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꽂이 위에 올려 두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 같아 보기가 좋지 않답니다.
두번째로 그림들이 아이의 그림책의 그림이라기보다는 만화책 속의 그림 같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지요.
뒤늦게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의 접목을 시도하는 작가라는 설명을 읽고서야 납득이 되긴 했지만, 아이의 그림책은 그림책다울 것을 주장하는 저이다보니 약간 거슬리네요.
내용도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아이들의 책이 대체로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그 배경이 우리 나라가 아닌 탓에 현실인지 상상인지 분간하기가 힘이 드네요.
이는 작가의 탓이라기보다는 저의 상상으로 향하는 문이 이미 닫혀버린 까닭이겠지요?

이 책은 틸리라는 아이의 상상속의 친구, 북극곰의 이야기입니다.
틸리는 곰인형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이지요.
여느 날과 마찬 가지로 그날밤도 역시 곰인형을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틸리가 잠든 방 창문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르륵 다가옵니다.
도둑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커다란 발로 창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 북극곰을 발견하게 됩니다.
곰인형이 변한 것인가 했는데, 곰인형은 그대로네요.
곰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틸리.
틸리는 놀라지도 않고 순식간에 곰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요.
자나깨나 항상 북극곰의 얘기를 늘어놓는 틸리.
집안 일을 하느라 분주한 엄마는 조금 귀찮은가 봅니다.
[틸리야! 그만해라! 그런 얘긴!]
[어머, 틸리야. 이제 그만 좀 해라.]
틸리의 엄마는 저처럼 상상의 문이 닫혀 버린 탓에 틸리의 상상 속 친구를 인정할 수가 없나 봅니다.
그래도 틸리가 마음 상할까 믿어주는 ‘척’ 연기를 합니다.
그에 비하면 틸리의 아빠는 훨씬 더 너그러우십니다.
[으음! 지금 여기에 커다란 곰이 있다고! 생각만 해도 아빠는 무서운데.]
하고 틸리와 장단을 맞춰주는 걸 보면요.
그렇게 신나게 하루를 보낸 북극곰은 자신의 집 북극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떠납니다.

상상 속의 친구 북극곰을 떠나보냄으로써 틸리는 어른이 된 것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커서 함께 하기 버거웠던 곰 대신 다른 친구를 맞이 하게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