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기에 바쁜 어른들은 결코 볼 수 없는 숲 속의 꼬마 요정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러 꼬마 요정들중 작은 여자 요정이 주인공이지요.
갸날프고 여린 모습은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휘~익 날아가 버릴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꼬마 요정은 숲 속에 떨어진 오렌지를 발견하고는 무척 신기해 합니다.
그러나 오렌지를 처음 보는 꼬마 요정은 그 모양이 동글동글해서 누군가의 알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기가 크고 오렌지 색을 하고 있으니 해의 알일 것이라 생각한 꼬마 요정은 친구들에게 알의 발견을 자랑하지요.
오렌지를 처음 보기는 숲 속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라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발로 차 보기도 하지요.
이 때 나타난 푸른머리되새가 그것은 “해의 알이 아닌 오렌지라는 과일”이라고 말해줍니다.
게다가 즙이 아주 맛있다는 것도 알려 주지요.
그 말에 숲의 친구들은 방울이의 풀잎 빨대를 꽂아 즙을 맛보고 맛있다고 좋아합니다.
오렌지를 처음 받아 먹던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사랑스럽네요.
그 때 갑자기 뚱보 까마귀가 나타나 오렌지를 낚아채 둥지로 날아가 버립니다.
그리고는 새끼 까마귀들이 달라고 하는 것도 모른채 하고 기어이 그 큰 오렌지를 한 잎에 꿀꺽 삼켜 버리지요.
그러나 인과응보란 말이 있듯 욕심꾸러기 뚱보 까마귀는 여름 내내 목에 붕대를 감고 다녀야 했고 일생을 소리도 못 내는 벙어리로 살아야 했지요.
처음으로 맛본 오렌지의 상큼함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꼬마 요정은 울기 시작합니다.
이 때 개똥지빠귀가 나타나 가을이 되면 꼬마 요정을 해의 나라에 데리고 가마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자 개똥지빠귀는 그 약속을 지켰구요.
해의 나라에서 오렌지를 실컷 맛보며 행복을 누리는 꼬마 요정.
좋은 친구를 곁에 둔 꼬마 요정이 부럽네요.
오렌지가 숲 속에 떨어져 해의 알로 둔갑하게 된 사연을 설명한 마지막은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방영한 적 있었던 부시맨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네요.
누군가가 무심코 버린 – 혹은 잃어버린 –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냥 신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 있습니다.
그런 재미 속에 인과응보, 자업자득 같은 사자성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드는 글의 전개도 독특하구요.
그러고보면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는 있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이치는 비슷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