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처구니가 뭐야?”
“너, 엄마가 어처구니 없다고 하는 말 못들어봤어?”
“응, 난 한번도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거 못들었어.”
절대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으려는 울 아이랑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간혹 어처구니 없다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 말의 유래를 전혀 몰랐었고 또 아이에게 어떤 말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는데 덕분에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처구니의 유래와 뜻을 알게 되었지요.
게다가 이 책이 비룡소에서 주관하는 황금도깨비 상 수상작품이라는 것도 알았고 우리의 옛 문화와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나타내주었기에 정말 왜 진작 이 책을 읽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졌던 책이랍니다.
그림도 너무 재미있고 등장인물도 정말 개성만점이었네요. 나중에 작가 선생님의 다른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이런 책이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요.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 다섯 명이 나옵니다. 이름도 너무 재미있네요.
이구룡 / 저팔계 / 손행자 / 사화상 / 대사당부
저팔계는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고 대사당부도 왠지 느낌이 처음갖지는 않았고… 책 뒤에 한자가 있다면 같이 알려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처음 ‘이구룡’도 그냥 이름이구나 생각하다 입이 두 개인 것을 알고 그래서 이름이 ‘이구룡’인가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도 ‘손’이란 못된 귀신에게는 당할 수 없었나봅니다.
하늘나라 임금님은 말썽꾸러니 어처구니들을 잡아들이지만 골치아팠던 손을 잡는다면 너희들을 모두 용서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풀어주지요.
잠깐. 이 다섯명의 죄를 알고 싶지 않나요?
첫째, 이구룡은 거짓말로 하늘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구룡의 변명이 기가막히지요. 입이 두 개라 어디서 거짓말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니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너무 웃겼답니다.
두번째, 저팔계는 술을 먹고 하늘의 천도 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버렸답니다. 그러고나서 천도복숭아 나무가 그렇게 쉽게 봅아질수 알았나! 라고 변명을 합니다.
세번째, 손행자는 하늘나라 임금님과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를 골탕먹인 죄를 지었지요. 하지만 역시 허수아비에게 속은 선녀가 바보라고 하네요.
네번째로 사화상은 하늘나라 임금님이 아끼는 연못의 물고기를 죄다 죽인 죄를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는지 정말 몰랐다고 말하는데 예전에 “안 돼 데이빗” 시리즈를 보면서 데이빗이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너 왜 그랬니 하고 물으면 정말 다양한 변명이 나오지요.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아이들 역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왜 하고 이유를 묻지 말라고 하는 부모교육지침을 보며 공감한 적이 있었지요.
마지막 다섯째, 대사당부의 죄는 사람들의 죽는 날을 똑같이 만들어버린 것이랍니다.
누구는 일찍 죽고 누구는 늦게 죽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게 공평한 것인지 대사당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요.
열흘 안에 잡아오라는 하늘나라 임금님의 명령. 하지만 몇 번 시도하다 이내 포기해버리는 어처구니들.
“손은 정말 무서워, 그치?”
“맞아! 그리고 무척 빨라.”
“힘도 진짜 세”
어처구니들의 대화가 꼭 바보 세 형제의 대화같아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하지만 대사당부는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한 후 드디어 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어처구니들에게 지시를 합니다.
각 어처구니들의 특징이 드러나는 장면인데, 정말 이야기를 참 잘 만들었구나 하는 감탄이 들었던 부분이랍니다.
이구룡은 나불나불 다른 목소리 내는 연습을 하고, 저팔계는 주물주물 방패연과 청동그릇을 만들지요.
사화상은 가랑가랑 청동그릇에 물을 가득 넣고, 손행자는 까불까불 말참견하다 뒤늦게 엄나무를 찾아 밧줄을 꼬다 엄나무 껍질이 약간 모자르자 그냥 귀찮아 두릅나무 껍질을 사용하지요.
그 때문에 다 잡았던 손을 놓지고 손은 다시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그리고 못된 귀신 손을 피하기 위해 이사할 때도 역시 손 없는 날을 찾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어처구니의 유래와 어처구니의 여러 뜻을 설명해놓은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았답니다. 아이랑 무척 즐겁게 웃으면서 보았던 책. 나중에 어처구니를 꼭 직접 보고 싶네요.
우리 집에는 어처구니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