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형이 아주 큰 책이다. 넘겨보면서 만화 형식처럼 칸을 나눈 이
동화책이 참 재미가 있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동은 책 속의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서
그림으로 느껴지는 표정.색채감등이다. 그래서 최근에 그림책에
아주 푹 빠지고 말았다. 그림책 한 권을 뭐 그렇게 들여다 볼 것이
많다고 오랫동안 읽고, 다시 넘겨보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그림에서 느끼는 감동때문에 떨림을 느끼는
나는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는 기쁨을 알아 즐겁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유아기적. 틸리의 부모님은 참 현명하다.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부치지 않는다. 유리창 너머 아주 거대한
흰 곰이 들어와 틸리의 침대를 차지해 버린다. 틸리는 네가 좋아를
연발하고..
좋기만 할까? 곰은 온통 사고를 쳐댄다. 욕실에서…. 거실에 큰
똥을 누거나, 아무데고 오줌을 누거나 음식을 험하게 먹어버리고,
이윽고 엄마 침실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틸리는 곰 때문에
아주 못살겠다며 엄마처럼 말하고 엄마처럼 행동한다. 씻기고,
치우려고 동동거리고… 그런데 그건 정말 곰이 했을까?
그러면서도 틸리는 곰이 있어 행복하댄다. 어쩔까? 밤이 되어 잠이
든 후 흰 곰이 어느새 살짝 들어왔던 것처럼 살짝 자신이 살던 북극으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틸리는 울고 부모님이 들어와 틸리를 따스하게
안아 주신다.
애정이 묻어나는 동화책. 레이먼드 브릭스의 환상을 맛보며 어릴 적
보자기 공주 놀이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집에도 그렇게 큰 동물이
놀러왔던가? 기억나지 않는 옛 일을 더듬으며… 판타지를 즐기는 내
아이는 어느 덧 머리가 커서 말한다. 과학은 사실만이라고…. 우주을
헤매는 버스는 말도 안된다면서… 어릴 때 아이의 상상을 소중히
잘 존중해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