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딛고 일어설 때까지 함께 공감해주기
유치원에 입학한 조카가 화장실만 가는 걸 무서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화장실에 가면 무서운 괴물이 나올 것 같다면서 걱정을 하는 조카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걱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거기에 곧 잘 적응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곳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유난히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고 “괘찮아, 무섭지 않아.” “별 일 없을 거야.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걱정하지마”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게 해결이 될까?
조카의 엄마는 그때 멋진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면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주문을 외워보자고 했다.
이 목걸이는 신비한 마술의 목걸이라서 혹시 화장실에서 괴물이 나오거나 하면 엄마를 부르라고, 그럼 엄마가 금방 달려갈거라고 말하면서 아이는 점차 유치원에 적응했고, 나중에는 목걸이를 하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겁쟁이 빌리에 나오는 빌리를 보니 유난히 걱정이 많았던 조카 아이와, 두려움이 많은 우리집 아이가 생각난다. 엄마, 아빠는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그런 말들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 빌리가 느끼는 걱정에 같이 공감하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문제해결을 하기에 바쁜 엄마 아빠와 달리 할머니는 인생의 연륜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으로 빌리를 품어준다.
할머니도 어릴 때 그런 적이 있다며 걱정인형을 건네주고, 빌리는 그때부터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자기의 모든 걱정을 떠 안아야 하는 걱정인형들이 안됐고 딱해서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니……..걱정거리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
생각끝에 빌리는 걱정인형들의 걱정을 들어줄 걱정인형들을 또 만들어냈다.
그래 걱정의 끝이란 없는 것 같다. 여러가지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울 이루지 못하고 있는 그때 누군가 “걱정거리도 아닌데 괜한 걸 걱정하네” 이러면서 너무 쉽게 말한다면 어떨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특히 두려움이나 걱정이라면 더우기 무자르듯이 쉽게 말하기 보다는 느끼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준다면 걱정과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방법은 아이 스스로가 찾아낼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