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보았을때 번역자의

연령 11~1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9월 2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6건

책을 처음 보았을때 번역자의 프로필이 흥미로웠다.
6학년때 이 책을 처음 알고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주다가 번역을 해주곘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동안 번역작업을 거쳐 중학교 2학년때 책을 내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도 야영을 가거나 산을 오를때 이 책을 교과서로 들고 갈 정도라는 내용을 읽고 왠지 재미있을 것같아서 구입했다.

한동안 내내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이었다.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는데 비룡소의 다른 책이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를 읽은 아이들과 가출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만약 너희들이 가출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자신들은 산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몇년전부터 매년 여름이면 가는 자연캠핑장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책꽂이에 꽂혀있는 [나의 산에서]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래, 어디 한번 읽어 보자!’

그리고…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멈출수 없는 흥미와 진지함에 그만 빠져버렸다.

주인공이 12살이라는 것을 머리속으로 계속 상기하고 읽어 나갔지만 정말 12살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우리집의 아이들과 계속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내 아이들의 12살은 어떠했을까?

나들이를 다닌다고 다녔지만 내 아이들이 본 것은 진정 [나의 산]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아이들이 본 산은 그들의 인생에 있어 그저 호텔처럼 머물다가거나 상점처럼 지나가다 들리는 그런 산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샘 그레블리가 1년간 할아버지의 농장이 있었던 캐츠킬 산에서 그의 친구인 플라이트 풀이라는 매와 함께 보낸 소중한 시간들은 도시에서 도시의 아이로만 자란 내게는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 작품에 나오는 영문학 교수인 ‘벤도’교수의 마음이 나와 같았을까? 그러나 나는 잃어버린 유년의 추억을 되찾아줄 샘과 같은 어린 산친구가 없다. 그것이 정말 안타깝다…

책을 읽으며 샘이 알려주는 온갖 야생식물과 동물을 이용한 요리법도 흥미로웠고 집을 만드는 과정, 야생의 친구를 사귀는 과정, 그리고 날씨를 알아 채는 기술, 하루 종일 하루의 먹을 거리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서 생존해나가는 샘의 모습들이 흥미 진진 했다.

그러나 마음 아픈 것도 있었다.

소제목에 ‘도시가 내게로 오다’라는 대목에서는 18세가 될때까지는 아이를 돌볼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는 착각(?)으로 샘의 산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며 그의 산으로 들어온 엄마와 그의 가족들의 모습때문이다. 나도 엄마이지만 아이들이 독립을 할 시기를 그렇게 꼭 못박아 놓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언론에 알려진 자신의 아들의 생활과 아이를 산에 버려두다 시피 한다는 외부와 이웃 들의 오해로 부터 엄마로서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의 지금 현재의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캐츠킬의 샘의 집앞에 해먹을 다는 대신 조용히 샘이 스스로 선택한 삶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나도 그런 상황이 닥치면 머리로는 이해되는 일도 ‘부모’라는 입장이 개입되고 나면 딴소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ㅎㅎ

어쨌거나 정말 오랫만에 두고 두고 되새겨 읽고 싶은 책이 하나 생겼다.

책 뒤에 샘이 산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들에 대해서 간단하지만 도감식의 설명을 달아 준것은 너무 맘에 든다. 사실 책을 읽어 가면서 아이들과 함꼐 이 책에 나온 식물과 동물들을 전부 찾아서 [나의 산에서 – 도감편]을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었기에 말이다.ㅎㅎ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속에 낙오되지 않게 하려고 아이의 유년기를 온통 부모의 걱정과 기대, 관심으로 관리하려 드는 지금의 세태에서 아이들은 야생성을 잃어 가며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치 인간이 아닌 로봇과 같은 상태의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한번 꼭 읽어 보았으면 좋곘다. 무엇이 아이를 아이답게 만드는지, 또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지, 그리고 우리가 때마다 외치는 [자연으로~]라는 경구는 얼마나 헛되고 허망한지 말이다.

이제 아이들과 나들이를 떠나도 나는 달라질것같다.

꽃의 향기에 취할 틈도 없이 설명하는 사람의 해설을 놏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세우고 식물과 동물의 이름을 외우느라 동고비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는 그런 어리석음은 없을것라는 것이다.

또 모르지, 이번 여름 아이들과 베낭하나 둘러 메고 어딘가에 있을 [나의 산]을 찾아 나설지도 말이다.

[먼산에서]라는 작가의 또 다른 책이 꼭 읽어 보고 싶어진다. 캐츠킬의 샘그레블리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