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의 재미있는 판타지

연령 11~1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10월 30일 | 정가 9,000원

또 한편의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를 읽었다.
북유럽의 신비한 꿈과 소원을 다룬 이야기 [유리장이의 아이들], 필리파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가 시간을 다룬 판타지 동화이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공간을 다룬 판타지라면, 이 책에서는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원이라는 것이 이루어 졌을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소원으로 남아 있을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소원의 도시의 성주의 아내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소원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소원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이 아닐까. 그러한 소원이 다 이루어 졌을 때 과연 행복할까, 불행할까. 언뜻 행복할 것 같지만, 이 책에서는 행복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불행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소원의 도시의 성주의 아내는 소원하는 모든 것이 성주에 의해 이루어짐으로 인해서 더 이상의 소원을 가지지 않게 된다. 또한 성주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최대의 낙이다. 본문에서도 나오듯이 그는 눈이 멀어 오직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면서, 아내의 소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어 주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이들을 유괴해 오는 과정에서도 그는 유리장이의 아내는 보지 않고, 유리장이가 얼마나 가난하게 살까, 두 아이를 보살펴야 하니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나, 성주가 굶주리는 아이들을 받아들인다면 가난한 아버지는 얼마나 마음이 놓일까라며 아전인수식으로 생각을 하고는 자기의 행동을 그렇게 합리화해 버린다.

그리고 성주의 아내도 성주의 아내가 되면서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고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다. 가난했지만 마음은 행복했던 시절과,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지금 오히려 마음은 공허해지고 만 지금의 모습을 통해서 과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리장이의 아내 소피아의 소원은 아이들이 빌로드 옷을 입고 배불리 먹고 부유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것이지만, 막상 아이들이 그런 생활을 할 때, 그 누구도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이렇듯 소원이라는 것이 이루어 졌을 때, 꼭 행복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한 가닥 떠 올리면,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기분이 좋고 기다려지고 잠도 설치게 되고 제발 비가 안 와야 될 텐데 하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막상 소풍을 갔다 오고 나면 뭔가 허전하고 아쉽고 도로 물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풍가기 전이 훨씬 설레고 기쁨이 있어, 사는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희·노·애·락을 먹고 사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꿈을 가지고 그것을 키워가며 또 이루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 때 그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 성주의 아내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고, 간직할 소원조차 없었으니 사는 낙도 당연히 없었으리라. 그래서, 유리장이 알베르트처럼 땀 흘리며 사는 인생이 진짜 인생이라고도 이야기하는 듯하다.

별은 하늘에서 중요하고, 우리는 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법사 밀트베터의 말처럼 우리 각자는 자기 자리에서 중요한 사람임을 말하고 있다. 개개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우리의 삶은 행복하고 살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스와 클라라가 잃어버린 기억의 강을 건너서 엄마, 아빠에게 왔을 때, 행복할 수 있었고, 소피아 또한 가난하지만 아이들이 돌아왔을 때 다시 삶에서 행복을 맛 볼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 것인지, 꿈은 꿈으로 놔 두고 살 것인지…… 중요한 것은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끝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에 나나와 밀트베터의 대결 장면에서는 너무 간단하게 끝이 나서 과연 어떤 대결을 펼칠까 하고 기대를 걸었던 마음에 조금 실망을 주었고, 유리장이의 아이들의 역할이 처음의 그 영특함을 잃어버리고, 수동적으로 처리된 것이 아쉽다. 그러나, 판타지 동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요소들, 마법사라든지, 신출귀몰한 마부라든지, 까마귀 현자라든지, 소원의 도시라든지 하는 것들이 적절히 배합이 되어,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