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답니다.
자꾸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얘들이나 읽는 책을 읽으며 이렇게 참지 못하고 웃어야 하는게
몹시도 겸연쩍은 일이긴 했지만 정말 참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주인공 샤를롯뜨는 내 딸 같기도 하고 또 나 자신 같기도 했습니다.
예쁘고 특이한 학용품을 보면 사고 싶고 갖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대책없는 소유욕내지 구매욕이 그렇고
어떻게든 손에 넣은 그런 잡다한 물건들로
방이 언제나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는 것이 그랬습니다. ㅋㅋ
갖고 싶은 것은 무지 많고 거기다 새록새록 더 생기는데,
돈은 언제나 부족한 이 아이!
닥치는 대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칩니다.
아이들이 남기는 음식을 먹어 치워주는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하고
(위장의 한계와 비만의 우려로 중단함)
책가방을 들어다 주는 걸로도 돈을 벌기도 하고,
어린 아기들을 엄마 대신 학교에 데려다 주는 대가로도 돈을 벌기도 하고,
머리이를 없애는 백신을 개발하여 팔아도 보고
(약이라는 게 어디 그리 쉽게 시장 개척이 되던가요…),
숙제로 낼 수 있는 시를 대량으로 지어 팔기도 하고,
(엉뚱하게도 아이들에게 너도 나도 시를 짓게하는 유행이 생겼다죠?!)
친구들이 모두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적어 신문을 만들어 팔기도 했으며,
(밤새 먹지를 대고 육필로 베껴 적어 만든 30부의 신문이 한 아이가 사서는 모두 돌려보는 바람에
전부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버리는 불행을 겪지요. ㅡ,.ㅡ;;;)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돈을 받는 심리치료사 역할까지도 해 보면서
돈을 벌기가 정말 어렵다는 진리를 확인하는 과정이
어찌나 쾌활하게 그려져 있는지
속도감있게 읽어내려 가면서
읽는 동안내내 덩달아 나도 신났습니다.
(좌절마저도 미소짓게 하더라구요.)
요즘 우리 아이들도 샤를롯뜨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겁니다.
아이들의 구미에 맞추어 학용품이며, 장난감이며, 팬시용품이라는 것들이
날마다 새롭게 한층 더 예쁘게 이것 저것 생겨나 아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니 말입니다.
너무도 재미나는 내용이기에 딸아이에게
이 샤를롯뜨를 소개하니
우리 딸아이 다 듣고는 한마디 합니다.
“걔, 참! 적극적이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계획들은 많이 세우고 구상할 지 모르지만
샤를롯뜨처럼 구상하는 즉시 그걸 실행에 옮기는 적극성은 부족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족족 상품화해서
당장 벌이에 나서는 이 진취적인 자세는 정말 높이 살 만 한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아이다운 천진성과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순수성은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대목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친구의 힘든 상황을 전해 듣고는
자기도 마음이 무거워져서 잠 못 이루는 모습에서 말입니다.
결국은 작가가 되어 소설을 쓴다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장래 성공한 작가로의 여러 상황을 그려보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아직 돈은 그닥 벌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더구나 어린애가 말이죠.
하지만 돈을 벌어보려고 그 아이가 해 본 여러가지 일들은
언젠가는 분명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소중한 경험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쾌하게 펼쳐진 좌충우돌 돈벌기 작전!
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