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도도군-강정연
말 그대로 건방진 도도군은 요크셔테리어 강아지이다. 그리고 초지일관 건방지고, 도도하다.
이 책은 이러한 도도의 동반자 찾기 여행을 그리고 있는데,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꽤 흥미로운 글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자꾸 초롱이의 속마음을 내가 알아서 말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안 그래도 초롱이를 붙잡고 얘기하던 시간이 길었는데, 더 길어졌다.)
이야기는 밝은 톤을 유지하면서 경쾌하게 나아간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쓴 작품 중에서 재미를 추구한 또 하나의 작품인 소중애 작가의 ‘햄스터 땡꼴이의 작은 인생이야기’의 땡꼴이도 문득 추억 속에서 떠오르기도 했다. 햄스터 땡꼴이는 애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정말 재밌었다. 철저히 땡꼴이의 시각으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는 어린아이의 눈 처럼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건방진 도도군 역시 도도군의 시선에서 삶을 이야기 한다. 도도군의 삶을 따라가는 나 역시도 그 삶 속에서 뭔가를 깨닫는다. 재미는 필수!
“아까까지만 해도 탈출을 생각하던 나였는데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먹을거리 때문에 이렇게 약해져 버리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다.”
“그래, 이제 드디어 나의 동반자를 찾아 떠난다! 하하하”
“건방진 도도 군, 행운을 빌어!”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면, 버리고 버림받는 따위의 일은 생기지 않겠지. 그리고 그 둘은 주인과 장난감 관계가 아니라, 서로 좋은 동반자가 되는 거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동반자가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할머니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아 행복했다.”
유기견 보호소, 밥도 거르고 포기로 쳐져있는 도도에게-“그런데 너는 지금 그때와 달라.”
“온몸에 전율이 흘러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내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가 된다고?이런 행운이 내게 오다니 정말 꿈만 같다.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에게 행운이 온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초롱이 널 만난 건 행운이래.”
부잣집에서 배불리 먹고 자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도도. 뚱뚱한 몸때문에 주인에게 버려진다. 이때 처음으로 주인과 개의 상하관계를 느끼게 되고, 다시 주인이 자신을 데려가길 꿈꾼다. 그러다 김기사 엄마의 낡은 시골 집에서 보내는 시간 속에 늘 함께하는 미미와 할머니를 보며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다시 김기사가 와서 도도를 사모님에게 데려가고, 사모님은 도도에게 운동복을 입히며 다이어트를 하자고 한다. 한마디로 강아지를 액서서리로 인식하는 주인이다. 도도는 그런 사모님에게 오줌을 뿌린 뒤 잽싸게 도망치고, 휘청거리에서 뭉치와 누렁이를 만나 자신도 자신만의 동반자를 만날 거라며 희망을 얘기한다. 그 후 편의점 알바생에게 걸려 매매될 뻔도 하지만 위기를 잘 넘기고 상자를 줍는 할머니를 만나 짧은 시간이나마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반자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이 생활도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금세 깨지고 도도는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 강아지는 결국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삶을 포기하려 하는데 이때 휘청거리에서 만난 뭉치를 만나게 되고 뭉치의 격려에 의해 다시 희망을 품게 된다.
어느 날 유기견 보호소로 사람이 찾아왔는데, 그들이 도도를 선택한다. 그 후 도도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훌륭한 보청견으로 자라나게 된다. 도도가 그토록 바라던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한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 후 청각장애인 집에 입양되어 그들의 귀가 된다. 그들은 도도를 만난 걸 행운이라며 도도와 함께 가족사진도 찍는다.
‘가족’
동반자라는 말만큼 기분 좋은 말이다.
그렇게 도도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낸 결과, 행복한 도도가 됐다.
도도를 보면서 어른인 나도 많은 것을 깨닫게 됐는데, 그건 바로 희망을 갖고 꿈에 다가가는 자세였다. 바로 지금 자라나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꿈에 대한 도도의 희망 성공 보고서?
아이들의 경우, 책을 권해주면 꼭 “재밌어요?” 하고 묻는다. 그럴 때 “어, 진짜 재밌어!” 하는 책이 있고, “재미는 없지만 읽으면 느끼는 게 많을 거야.” 하거나, “재미는 없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이야.”, “감동적이야.” 하는 책이 있다. 그렇다면 건방진 도도군은?
“진짜 재밌어! 안 읽으면 후회할걸!”
정말 이렇게 도도한 캐릭터, 왠지모르게 반갑고 사랑스럽다.
:전에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인가? 다음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이 책을 쓴 강정연 작가님이 바빠 가족이 출간됐다고, 글 올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한창 진지한씨와 유령선생을 읽고, 성격을 이름에 부여하는 것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던 때라 작가가 진지한 씨처럼 바빠 가족에서 사용한 이름붙이기를 보며 뻔한 이야기일거라고 쉽게 짐작하고 넘어갔던 적이 있다. 어쩌면 읽지도 않고 진지한 씨를 따라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나는 단순하고 몽매하다. 언제 시간 나면 바빠 가족도 챙겨봐야 겠다. 작가의 밝은 시선과 경쾌함이 내 마음을 콕 찔렀다. 유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