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현악기일까? 타악기일까?
‘호기심 도서관’ 시리즈의 <신나는 음악의 세계로!>는 작지만 알찬 책이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 이렇게 작은 책에 과연 얼마나 새로운 정보가 들어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정보들이 충분히 들어있어 만족스러웠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딱 맞는 맞춤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악기를 연주하지는 못해도 제법 안다고 생각했는데,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자 낯선 내용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악기를,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와 줄을 켜거나 타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관악기의 셋으로 나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아노가 현악기인지 타악기인지를 묻게 되면 갑자기 당황하게 된다. 또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관악기인 색소폰아 과연 목관악기일까, 아니면 금관악기일까 하는 질문도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악기는 바로 타악기이다. 타악기는 북이나 심벌즈처럼 가락을 연주하는 가락악기와 실로폰과 같이 박자를 맞추는 리듬악기로 구분할 수 있다. 현악기는 손으로 퉁기는 발현악기와 활로 켜는 찰현악기로 나뉘는데, 현이 길고 굵을수록 낮은 소리를 내고 현이 짧고 가는 바이올린은 구슬프고 여린 높은 소리를 낸다. 관악기는 나무로 만든 목관악기와 금속으로 만든 금관악기로 나뉘는데, 플루트나 클라리넷은 목관악기이지만 금속으로 만든다. 금관악기는 피스톤이나 활주관을 움직여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는데 반해, 목관악기는 기다란 관에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공기를 불어 음을 내는 악기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 과연 피아노와 색소폰은 어떤 악기에 속할까?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악기 속에 숨겨져 있는 줄이 퉁겨져 소리를 내는 현악기인데, 타현악기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한편 색소폰은 금속으로 만들지만 구조상 목관악기에 속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관악기에 대한 설명 중에 대금, 퉁소, 단소 등에 대한 언급이 있고, 우리나라 고유의 관현악단인 국립 관현악단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라는코너를 따로 마련하여 거문고, 가야금, 아쟁, 해금, 태평소, 퉁소, 꽹과리, 박, 장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번역한 책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점을 고려해 세계 여러 나라의 독특한 악기뿐 아니라 우리 악기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여러 출판사에서 배웠으면 하는 이 책의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우수한 문화를 소개하면서 정작 우리 것만 빼놓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전통문화에 대해 알지 못할뿐더러 우리의 문화가 내세울 것 없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라면 우리나라의 전통악기가 여러 나라의 악기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마음 속 깊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