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소중한 걸 잊고 있는 아빠에게>
우리에게 낯선 노르웨이 작가의 책 ‘아빠가 길을 잃었어요’를 읽게 된 동기는
어떤 분의 책소개를 통해서였습니다.
책내용의 일부를 읽어 주셨는데
“아빠가 왜 필요하냐”는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아빠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이미 찾은 북극을 찾겠다며 큰 소리치던 탐험가는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남자들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공감이 됐었지요.
어린이날 선물로 아빠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어 사 주었는데 정작 저는 이제야 제대로 읽었습니다.
독일 작가의 글과 일본 작가의 그림이 만나서 잘 어울려 있는게 특이합니다.
셰계 속 어디나 가족의 모습은 다르지 않아
이사를 앞두고 서로 자기 일이 중요하다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부부의 이야기로 책이 시작됩니다.
요즘의 가족(?)처럼 엄마의 승리로 아빠는 버스를 타고 회사를 가고…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 꼬마의 느닷없는 질문은 이제껏 의심없이 살아 온 아빠를 온통 뒤흔들어 놓습니다.
이사 간 집을 찾아 갈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혼란에 빠진 아빠
아이의 질문이 뭐냐구요?
“도대체 아빠들이 왜 필요한 거예요?”
당돌한 질문에 대한 아빠의 대답들은
돈을 벌고 자동차를 몰고 페인트칠을 하고…
그 모두를 엄마도 할 수 있다는 아이의 반박에 말을 더듬는 아빠
질문을 던진 아이는 버스에서 내렸지만 아빠의 방황은 이제부터 시작
그렇게 아빠의 반복되는 일주일이 시작됩니다.
내릴 곳을 잃은 아빠는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지만
외로움으로 가슴이 터질 지경이 되었답니다.
우리네 남편들이 “아! 힘들어” 라고 말은 하지 않지만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은 아빠가 집을 꼭 놓쳤다고 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클수록 아빠같은거 필요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날까 피하고 있었던 거지요.
일주일을 헤매던 끝에 아빠가 찾은 곳은 언제 어디서든 포근히 안아주는 엄마의 집
아빠의 어린시절 추억이 서려있는 그 곳이었어요.
어린시절 아빠의 아빠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썰매를 보며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일하느라 바쁜 아버지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신도 아빠와 함께 썰매타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을….
꼬인 실타래를 풀 듯 엉켜있는 하나를 풀어내니
모든일이 술술 풀리네요.
썰매를 타러 간 눈썰매장에서 만난 아이로 인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집을 찾아가니…
그동안 비워났던 아빠의 자리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묻어나지만
아이들은 환한 기쁨으로 아빠를 맞이하고
아빠의 변화를 믿지않던 엄마와 함께 드디어 첫번째 일요일이 시작됩니다.
“우리가 같이~” 라고 말하는 아빠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지며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아이들이 올망졸망 클 때 남편이 늦게 와서 아이들과 매일매일의 작은 기쁨을
느끼지 못할 때 얼마나 안타까웠던지요.
잠들기전 잠깐 옆에 누워 이야기 들어줬을 뿐인데 기뻐하는 아이들
일요일 어쩌다 같이 해보는 계란 후라이 하나에도 허리가 꺽어줘라 웃어주는 아이들
그 잔잔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아빠들의 일요일을 찾아 줄 수 있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