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에 담긴 푸짐한 빵….
조그만 가방에도 쏘옥 들어 갈 책의 크기가 부담없어 책의 첫인상이 일단 좋았어요.
책 내지 앞뒷면의 잘 영글은 밀 그림과 둥지를 튼 들쥐와 꽃 그림이 편안하게 책안내를 하네요.
딱딱하고 지루한 설명이 아니라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빵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 주는 책입니다.
동시에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네요.
첫 페이지에 나오는 튀니지의 갈레트빵과 인도의 차파티빵이 마치 숨은 그림이듯
아니면 르네 마그리트의 이상한 그림같기도 합니다.
생뚱맞은 아이들은 독일의 흑빵은 어디 숨었냐며 장난기를 머금고
저두 같이 ‘정말 그림 어딘가에 숨어 있지 않나’ 찾아보게 됩니다.
이제는 집앞의 빵집에서 언제든 사서 먹을 수 있는 빵의 시작이 무려 기원전 2000년경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맷돌은 당연히 우리의 전통인줄 알았는데 이집트와 그리스 사람이 만들었다는 의외의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농부가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무럭무럭 자라 탐스런 황금밀을 수확하는 모습
이어서 풍차를 이용하여 가루로 만드는 과정과
드디어 먹음직스런 빵이 구워지기까지 과정을 찬찬히 보여 줍니다.
풍차의 다양한 모습이나 샌드위치의 유래, 빵이 ‘팡’이라는 포르투칼어에서 유래했다는
재미있는 사실과 빵에 관한 많은 속담도 양념처럼 책사이사이 확인할 수 있어요.
어디서나 수확의 기쁨은 똑같은지라 그림을 보는 저의마음도 푸짐해집니다.
남은 밀이삭으로 예쁜 다발을 만든 걸 보니 우리의 짚풀공예가 떠 올려 지기도 하고
이삭 다발을 쳐서 낟알을 떨어 뜨리는 ‘도리깨질”은 민속촌에서 아이들이 직접 해 보았던
우리나라 도리깨질과 똑같네요.
농촌체험 갔을 때 벼베기 체험을 해 본 아이들은 세명 네명이 해도 낑낑대던
낫으로 하는 벼베기를 기계가 순식간에 하는 걸 보고 놀라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었답니다.
문득 빨갛고 선명한 콤바인을 보니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 아저씨랑 교차되면서 저는 또다른 느낌도 받았어요.
벼베기 체험에서 땀의 댓가를 느낀 아이들은 그 후 밥 한 알, 쌀 한 톨에도 한 동안은 남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책은 그림도 상당히 재미있네요.
그림마다 친근한 동물이 한 마리씩 그려져 있어 정감있어요.
나홀로 우뚝 솟은 밀의 뿌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들쥐의 모습,
땀 흘리는 농부를 지그시 쳐다보는 까마귀,
바케트빵을 사이에 둔 고양이와 생쥐의 긴장감
저와 아이들이 찾아낸 그림속 그림입니다.
그린이가 외국인임에도 책속의 인물을 보면 참 동양적이라 낯설지않구요.
아이들은 직접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각 나라의 다양한 빵을 보며
“난 이게 좋아” “내가 먼저 찜했어” “난 이거 먹어야지” 라며 신나합니다.
쭈욱 빵에 대해 읽다보니 우리의 먹거리인 떡에 대한 궁금증도 생깁니다.
마지막에 살짝 소개해 주셨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과자를 설명하는 부분의 그림이 너무 원색이라 조금 당황했습니다.
우리의 다식이나 유밀과를 보면 이런 선명한 색이 아니라 좀 더 은근하고 은은한 색감이 아니던가요?
앞의 빵그림은 오히려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깔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반해
우리 전통과자는 마치 젤리나 사탕같이 그려져 있어 아쉬웠습니다.
시리즈인 경우 낱권에도 시리즈 전집이 다 소개되어 있어 내가 읽은 책외에
어떤 책이 더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안 보이네요.
책을 덮으며 요 조그마한 책속에 많이도 남겼네 새삼 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