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비는 가장 친한 친구인 보브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자신을 ‘보르’라고 부르게 가르치고 정말로 보비는 보브라는 말을 처음으로 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걸음마을 가르쳐준 분이기도 하시지요 ‘오른발,왼발’
할아버지와 보비는 오래 된 나무 블럭 쌓기 놀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언제나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블럭을 쌓을 때면 재채기를 하셔서 블록이 무너졌죠.
그러던 어느날 보비가 집에 오니 할아버지는 집에 안 계셨고 엄마, 아빠로부터 할아버지가 뇌졸증으로 병원에 계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무척이나 상심합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병이 낫지 않으신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시고 보비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왠지 무섭고 낯설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할아버지 앞에서 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코끼리 블럭만을 남겨놨을 때 할아버지는 재채기 소리를 내셨고 탑은 쓰러졌지만 할아버지는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였습니다. 보비는 이제 할아버지가 나으시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제 ‘보비’라고 말할 수 있고 손을 움직여 식사도 혼자 하실 수 있엇지만 여전히 걸을 수는 없었어요
날씨가 따뜻해 지자 잔디밭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와 보비는 할아버지의 손을 자신의 어깨 위에 얹고 ‘오른발,왼발’ 걸음걸이를 도와드립니다. 그 옛날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그랬듯이요
어른이라면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얇은 책 한권입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손길에서 부터 마음속으로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오랫만에 나의 연로하신 부모를 생각하고 또 그 사랑속에서 자라난 나의 아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80세로 연로하시고 이제 노환이 있으셔 다리가 불편하십니다. 세상 제일의 낙으로 손주를 꼽으시며 일주일에 한번 손주가 와서 자고 가는 날을 기다리시며 불편하신 다리로 직접 가게에 가셔서 손주가 오기 전에 우리 재영이가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우유와 과자를 사다놓고 어린이집에서 끝나고 올 시간만 기다리시지요. 할머니.할아버지 집에 가면 너무나 버릇이 없어지는 아들 훈육을 핑계삼아 출입을 금한적이 있었습니다. 친정 아버지는 전화로 너무나 약한 모습을 보이시며 저를 원망하시더군요. ‘내 하나밖에 없는 낙을 네가 그렇게 생각없이 빼앗냐구’ 자꾸 그 말씀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 집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손자를 두고 가실 아버지에게 제가 너무나 잔인한 짓을 했다는 걸 너무 늦지 않게 깨달음을 진정 다행으로 생각하며 오늘도 가장 친한 두 친구는 아마 일주일중에 가장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될 겁니다. 친정아버지와 내 아들이게 이 책을 보여 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