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걱정이 제일 많은 사람은 나고, 다음은 우리 딸이랍니다. 사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걱정을 미리 하다 보니 남편의 핀잔을 받을 때도 많지요. 그래서 항상 걱정 없이 즐겁게 사는 우리 아들이 부럽기만 하답니다. 내게도 빌리처럼 대신 걱정해줄 걱정 인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빌리는 침대에 눕기만 하면 걱정거리들이 떠올랐어요. 모자가 날아와 방안을 가득 채울까 봐 걱정, 침대 밑에서 기어나온 신발이 발자국을 남기고 창밖으로 빠져나갈까 봐 걱정, 구름이 날아와 얼굴을 덮을까 봐 걱정, 비가 방까지 넘쳐 흐를까 봐 걱정, 커다란 새가 날아와 빌리를 물고 갈까 봐 걱정이랍니다. 온갖 걱정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별 걱정을 다 한다고,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엄마 아빠가 다독여주었지만 여전히 빌리는 걱정을 합니다.
어느 날 할머니댁에서 자게 된 빌리는 할머니로부터 걱정 인형을 받게 됩니다. 자기 전에 걱정을 말해주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대신 걱정을 해주는 인형이래요. 빌리는 걱정 인형에게 걱정을 말하고 깊이깊이 잠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걱정 인형을 위한 걱정 인형까지 잔뜩 만들었지요. 그 후론 아무 걱정 없이 빌리랑 걱정 인형들이 함께 잠을 자게 되었대요.
걱정 인형은 걱정 없이 잠을 푹 자고 개운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도록 해주는 심리적인 안정제 역할을 합니다.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에서 처음 생겨난 풍습이래요. 걱정 없이 아이들을 재우려는 그들의 지혜가 돋보이네요. 걱정 많은 우리 딸에게도 하나 만들어주어야겠어요.
제목이 <겁쟁이 빌리>가 아닌 <걱정쟁이 빌리>로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빌리는 겁이 많은 게 아니라 걱정이 많은 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