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의 트럼펫은 벤에게 친구다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11월 10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보스턴 글로브 혼 북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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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의 트럼펫은 벤에게 친구다. 곰은 틸리에게 소중한 친구다. 그리고 모모에게 작은 거북이가 좋은 친구다. 이들에겐 소중한 친구가 또 있으니 바로 그들을 이해해 주는 어른이다. 벤에게는 지그재그 클럽의 트럼펫 부는 아저씨가 있고 틸리에겐 곰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엄마 아빠가 있고 모모에겐 변함없이 모모를 믿는 베포 아저씨가 있다.
소중한 친구가 있고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 있고 꿈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누구보다 부자이며 이런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하며 이런 사람은 절대 우울하지 않다.

벤의 트럼펫은 꿈에 관한 이야기이며 친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선 그림을 보자. 멋진 흑백이다. 특히 피아니스트, 색소폰 연주자, 트롬본 연주자, 드러머는 액자에 넣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될 정도로 멋지다. 그림만 봐도 열정적인 음악 소리가 들린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는 그림이지만 찡그린 표정이 정말 열심히 색소폰을 불고 있는 듯하다. 이런 사실적인 그림이 좋다. 아이들 그림책의 경우 화려하고 예쁘게만 그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것을 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림의 시점과 배경이 독특하다. 특히 벤이 클럽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 거리 장면은 보통 그림책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시점이다. 삶의 시점이 다양하고 표현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보여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흑인 소년이다. 흑인 소년이 주인공인 그림책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이 모두 흑인이다. 음악의 종류가 흑인 음악인 재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인물 묘사는 모두 사실적이다. 우스꽝스럽지도 않고 예쁘게만 나타내지도 않았다. 벤이 아빠와 아빠 친구들을 위해 트럼펫을 부는 장면을 보면 아빠 표정은 무뚝뚝하며 담배를 피워 물고 친구들과 카드를 하고 있다. 그런데 표정이 심드렁하다. 그림 한 컷만으로도 당시 노동자의 삶과 노동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벤은 열심히 트럼펫을 연주한다. 그런데 주변 사람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왜냐하면 벤이 연주하는 악기는 상상의 트럼펫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벤은 상상으로, 마음으로 듣는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지만 벤은 열심히 연주를 해 준다. 집에서는 가족을 위해, 집 앞 계단에서는 지나는 사람들을 위해, 비상계단에서는 하늘의 달과 별을 위해서.
친구들이 트럼펫 없이 트럼펫을 불고 있는 벤에게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하고, 가족들 반응도 시큰둥할 때 벤에게 멋진 트럼펫이라고 말해 준 사람이 있으니 바로 벤이 클럽의 연주자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트럼펫 연주자이다. 어느 날, 친구들의 놀림에 벤이 의기소침해져서 더 이상 상상의 트럼펫을 불지 않을 때 이 연주자는 벤에게 진짜 트럼펫을 선물로 준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렇지만 표지를 덮어도 마음은 따뜻하다. 따뜻한 뒷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서 더욱 그런 거 같다. 앞으로 벤은 더 열심히 트럼펫을 연습할 것이며 클럽의 그 연주자는 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벤은 어떤 어려움에도 트럼펫을 놓지 않을 것이며 멋진 트럼펫 연주자 될 것이다. 설사 벤이 트럼펫에 재능이 없어서 더 이상 트럼펫을 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린 시절 작은 행복과 꿈을 갖게 해 준 트럼펫과 자기를 인정해 준 트럼펫 연주자를 잊지는 못 할 것이다.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위해 연습하는 벤은 누구보다 부자이며, 자기를 이해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벤은 누구보다 행복하다.
내겐 이런 사람이 있나?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행복을 주었던가?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