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읽어보지 못한 채 아이와 읽게되서 긴장되었습니다
무채색의 표지도 그랬고 흑백의 강렬한 대비도 그랬고, 게다가 재즈클럽이라니…
여섯살 아이가 읽어도 될만한 책인지 걱정이 앞섰죠
근데 내가 읽어도 퍼뜩 이해하기어려운 장면이 첫 페이지부터 등장하는거예요
‘벤도 자신의 트럼펫으로 함께 연주하지요’….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그림에는 머리가 곱슬한 꼬마아이가 손나팔을 부는듯한데… 심지어 밤늦게까지 트럼펫을 불다가 잠들다니….
내가 내용을 미리 이해하지못하고 아이와 읽는걸 속으로 마구 후회하고 있는데 아이는 전혀 문제없다는 표정이더니 다음 페이지에 연주자들이 차레로 나오자 자기가 피아노연주자, 색소폰연주자가 된듯이 연주하는 흉내를 내보고 입으로는 연신 피리피리 쉴새없이 목이터져라 악기소리를 내는거예요. 아이는 이미 ‘벤’이었습니다. 엄마보다 더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책을 잘 이해하는 것 같더군요
아이의 연주는 동네아이들의 놀림에 멈추었습니다.마치 벤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집에서 흔히 겪는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어려움 같은게 떠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아이들은 이렇게 놀려대고 그러지? 하는 우리 아이의 목소리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집으로 돌아가던 벤처럼 힘이 없없습니다.
마침내 벤이 동경하던 재즈클럽의 트럽펫 연주자에게 트럼펫을 선물 받는 장면에서 아이는 깊은 숨을 몰아쉽니다. 너무너무 다행이라는 듯이, 얼굴도 아주 환해졌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잠시 멈추었던 트럼펫 연주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필리리 필리리 아까보다 더 목청껏, 아까보다 더 신나게. 우리 아이가 벤보다 더 기쁜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두근거리던 걱정도 싹- 사라졌습니다. 벤과 같이 연주하고 기다리고 외로워하던 우리 아이가 벤보다 더 기뻐하는 걸보고 엄마도 기뻤습니다 . 그날 벤은 트럼펫을 선물받았고 우리아이는 ‘벤의 트럼펫’을 선물받았습니다.
“근데 엄마, 사실은 트럼펫 연주자가 자기 아빠였다! 엄마 알았어?” 우리 꼬마 말로는 그렇다네요
클럽으로 오너라하며 바람쐬러나온 연주자들 사이를 걸어나오는 트럼펫 연주자의 모습과 아빠와 아빠친구들을 위해서 벤이 연주하던 장면의 아빠가 꼭 닮앗다는거예요. 눌러쓴 중절모, 눈매며 콧대, 그리고 셔츠까지…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아빠가 바로 클럽의 트럼펫연주자였던거엿구나 그러고보니 아빠와 카드놀이를 하는 아바의 친구들이 클럽의연주자들과 비슷해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아이에게 동경의 대상은 바로 아빠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