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종이에 잔 글씨. 예상했던 것보다 책이 아주 두꺼웠다. 언제나처럼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이모저모를 먼저 살피는 나에게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숨가쁘게 읽힌다.’는 노란 책 허리띠의 광고문구가 눈에 띄었다. 과장이 아닐까?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이었다.
작가의 문체가 아주 재미나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갔다. 주인공인 중학생 준호, 그의 친구이자 당최 도움이 안되는 주조장집 외아들 귀공자 승주, 그리고 역시 같은 학년인 아버지의 폭력에 넌더리가 난 정아, 그녀의 개 루즈벨트. 그리고 알 수 없는 할아버지. 이 다섯이 한 트럭에 타면서 스토리도 출발한다. 독자가 알고 있는 것은 주인공 준호의 임무뿐. 나머지 넷은 도무지 어떠한 연유로 트럭을 타게 되었는지, 각자의 목적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불안한 동행의 시작이다.
이들이 끝까지 여행을 함께 할지 어디에선가 갈라질지 알 수 없는 채, 정말 시골 비포장길을 갈 때 처럼 끊임없이 덜그럭 거리면서 이야기는 굴러간다. 구르고 구르면서 이야기 자체에 가속이 붙으면서 더욱더 좌충우돌 재미있어지고, 어디까지 여파가 미칠지 어떤 결말일지 궁금증이 증폭되어 더욱 빨리 데굴데굴 굴러가며 독자를 숨가쁘게 따라가게 만든다.
그들을 따라서 숨가쁘게 장성에서 송정리로, 다시 나산으로… 산넘고 철길건너며 따라가다보면 포상처럼 그들의 속내 이야기가 한 가지씩 길섶에 떨어진다.
자신들은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아직도 미숙하기만한 청소년들. 그들의 어설픈 자존심과 여린 속내와 짐작할 수 없는 열정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자기 앞에 놓인 알 수 없는 인생의 모험을 향해 어딘가로 출발해야하는 시기의 내면의 혼돈과 모험이 외형적인 모험 그리고 끝없는 길찾기와 맞물리면서 멋진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안개섬 밤바다에서 고래를 보았을 때 나는 진정으로 그들과 함께 감동할 수 있었다.
참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싶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매끄러운 문장하며, 적절히 섞어 쓰는 사투리도 매력이고, 무엇보다도 독자를 매료시키는 그녀의 의뭉스러운 재치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