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픈 책
이 책을 첨 봤을 때, 난 시집인 줄 알았다.
꼭 메모장만한 크기에, 노란색 네모 칸 안에 써진 짧은 글들 하며, 또 ‘포스트잇 라이프’라는 시적인 제목까지…….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얇은, 작은 책 한권으론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적인 주제를 다룬!
이 책은 산부인과 의사 생활을 하며 혼자 딸을 키워나가는 싱글맘과, 엄마의 맘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겉돌기만 하는 철부지 딸 클레어. 그 둘의 1년간의 삶을, 냉장고에 붙이는 포스트잇을 통해 그려낸 소설이다.
아까 말한 대로 클레어의 엄마는 혼자 벌어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 바쁘고도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하는 싱글맘이다. 또한 클레어는 엄마와의 삶을 함께 영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삶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철부지이면서도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딸이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클레어와 그녀의 엄마는 쉽게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갖지 못한다. 결국 엄마는 엄마대로, 클레어는 클레어 대로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모녀의 정신적 교류가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냉장고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었다. 그들은 조금씩이나마, 서로의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그냥 간단한 내용이었다. 오늘 장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또 오늘은 돈이 얼마가 필요하다든지 등등, 지극히 사소한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가슴에서 종양이 발견되고, 그게 곧 유방암으로 악화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포스트잇은 단순한 메모가 아닌, 두 사람의 속마음을 알게 해주고 ‘모녀’라는 일체감을 불어넣어주는 사랑의 연결고리로 승화된 것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며 ‘나란 놈은 정말 행복한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도 재작년에 간암선고를 받으셨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항상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가족들의 짐이 되지 않으려, 무척 노력하셨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시며 항상 웃음과 대화를 잃지 않으셨다.
하지만 난 단지, 아버지께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자꾸 겉돌기만 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밤새워 글을 쓰고, 장학금 타서 살림에 보탬이 되겠다는 핑계로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아버지의 바람에 어긋나는 행동만 골라 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애타는 속내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채…….
이러한 아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면서 아버진 얼마나 비참하고 슬프셨을까? 비록 지금은 조금이나마 속을 차려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정말 후회된다. 얼마 살아보지도 못한 어린 철부지이지만, 지난 2년여 동안은 정말 바보처럼 산 것 같다.
책의 끄트머리 부분에서, 클레어는 이미 돌아가신 엄마에게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남긴다. 아니 그건 엄마에게 남긴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자신에게 남긴 메모였을지도 모른다.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매일 엄마와 나누었던 소소한 대화들을 생각하고, 추억으로 남기고, 그게 정말 중요했다는 것을 가슴 속 깊이 느끼면서 말이다.
이렇게 감동적이고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포스트잇’이라는 소소한 재료를 통해 이렇게 창의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대단하다’라고 느꼈던 점은, 포스트잇으로 나눈 대화 밖의 상황을 독자가 직접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항상 자신만의 삶을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픈 책이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