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내가 나인 것>에 이어 이번에도 또 가출이야기다.
정말이지 청소년 시절의 ‘가출’은 동서고금을 초월하는 화두인 모양이다.
박물관을 근거지로 삼아 성공적인 가출을 이루어 낸 클로디아의 경우처럼
치밀한 계획은 아니지만 숲속에서의 생활을 동경해 온 나머지
자연의 부름에 못이겨 집을 나온 도시 소년치고는 꽤 깊고도 넓은 지식으로 무장한
멋진 가출 생활이 펼쳐졌다.
나무 속을 파내어 집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만든 낚시바늘로 낚시를 하여 물고기를 잡아 먹으며,
사슴을 잡아 먹기도 하고,
그 가죽을 손질하여 옷도 만들어 입고 ,
매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도 하고,
나무 집 안에는 굴뚝도 만들어 난방시설까지 갖춘
아주 근사한 숲 생활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증조할아버지의 농장이었다는 장소를 찾아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이 도시 소년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해박하여
자연을 이용하여 4계절을 살아가는데 막힘이 없고
별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이런 샘의 모습은 20년 세월을 스카우트로 (그것도 지도자로…) 활동해 온
나 자신에게 심하게 도전이 되었다.
아는 것도 많고 호기심도 왕성하며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심도 갖춘데다가
알아야 할 것을 알아내려면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하는 지도 잘 알고 있어서
이 똑똑한 소년을 누구에게라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도서관을 수시로- 할아버지의 오래된 농장을 찾을 때와 숲에서 본 매가 어떤 종류인지 알아 볼 때) 이용하여 사서라는 직업을 갖고있는 네게 꽤나 중요한 일을 하는거라는 자부심도 갖게해주지 뭔가! ^^*)
자연을 무대로 씩씩하고 현명하게 숲 생활을 해나가는 이소년은 어떨 때는 사냥꾼과 맞딱뜨리기도 하고 혼자만의 비밀장소로 오랜 동안 산딸기를 따러 이 숲에 들어오곤 했다는 할머니와도 만나는데 만나는 사람들 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 번은 보이스카우트 대원들과 야영 왔다가 길을 잃은 영어선생님과도 만나게 되는데 데이빗 소로라는 사람과 비슷한 소년이라는 뜻으로 이 소년을 소로라 부르기도 했다.
월든 호숫가에서 문명을 멀리하여 자연의 삶을 살았다는 소로는 그 생활을 수기로 써서 남겼고 샘은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라는 작가의 창작물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자연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대리만족이나마 느껴 볼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많은 독자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이 책을 즐겨 읽었고 좋은 책이라고 평하여 뉴베리상과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기도 했나보다.
우리나라에 이 책을 번역하여 소개한 사람이 어린 학생이라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학생은 영어권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이 책을 읽었는데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
아직은 번역본이 없던 때에 직접 번역하여 읽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란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도 있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도 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이유는 우리가 자연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자, 자연을 보호하자고 하지만 우선은 자연을 알아야 한다.
자연을 알아보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자연이 부르는 소리가 내 가슴에도 메아리치는 듯하다.
야영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어서 더욱 그런가 보다.
숲 속에서 겨울을 지내고 눈이 녹아 속살처럼 땅이 드러나는 걸 발견하던 날
감격에 겨워 눈물짓던 샘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혹독한 숲 속의 겨울을 혼자 견디어 낸 소년의 감격스런 봄맞이 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