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때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같은 동네에 살았던 외할머니는 중풍으로 쓰러져 한쪽이 마비가 되셔서 늘 방에서만 생활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내가 방문을 하면 참으로 반가워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얼굴도 한쪽이 마비되어 말씀하시는 것조차 어려워하셨지만, 다정스레 말씀도 잘 해주셨다.
혼자 계셔서 외로우셨던지, 내가 가면 앉혀놓고 고스톱을 알려주시면서 같이 치자고 하셨던, “베스트셀러극장” 발음을 못 하셨던 할머니….
내 아이에게 엄마인 나보다더 무조건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이의 할머니이다.
엄마는 아이를 무조건 사랑하지만, 아이에게 어떤 기대감을 갖고 대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기대감없이 아이 자체만으로도 너무너무 사랑해주신다. 주인공 칼레의 할머니처럼..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고아가 된 칼레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책으로 세대간의 시대차이와 생각차이로 인해 생기는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와 할머니와 손자간의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감동적인 이야기의 혼합이라고 할까?
특히 한가지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할머니의 생각을 적어 놓은 글들이 감동을 자아낸다.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할머니톤으로 읽게 되는…마음이 푸근해지는 부분이다.
칼레는 할머니가 몇 번씩이나 되풀이 하는 옛날 이야기가 싫고, 칼레가 친구와 싸웠다고 친구를 닥달하는 할머니가 부끄럽고, 오래 된 옛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할머니가 이해가 안되고, 겪은 일에 거짓말을 보태서 하는 할머니가 싫었다.
하지만, 편도선염으로 2주간 입원한 할머니와 떨어져 지내면서 자신이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조금 자랐다는 것도 말이다.
“에르나 비텔, 끝 까지 가 보는 거야. 칼레 저 녀석이 의사를 부르러 뛰어갔을 때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들이 일어났지,
저 녀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누가 돌보아 줄지…고아원에 가지는 않을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너무 아파 죽을 거란 생각도 했었어.
아, 이젠 정말 다 지나간 일이야. 칼레와 난 다시 같이 사는거야. 가만 보니까 칼레 저 녀석이 더 조심스러워졌고 생각도 깊어졌어.
이번엔 저 녀석도 되게 혼이 났을 거야. 부모가 살아 있었다면 어쨌든 저 녀석을 위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을텐데. 날 위해서는 아니지만.
아무렴, 날 위해서는 아니고 말고. 앞으로 내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해도 칼레를 볼 수는 있을테니, 그저 지금처럼만 살게 되기를 바래.”
퇴원을 한 할머니가 잠자리에 누워서 생각한 내용이다. 손자가 혼자 될까 너무 걱정스러운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마음 푸근해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