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책 들 중에서도 유난히 손이 자주 가고 오랜 시간 즐겨 읽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 큰아이가 여섯 살 때 구입하여 작은 아이까지 약 4년여 동안 현재까지도 아주 자주 읽은 책이다.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니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유쾌해졌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만큼 컸던 안젤리카는 씩씩하고 밝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여자아이다. 안젤리카는 집을 짓고 화재 난 곳의 불을 끄고 홍수를 막고 늪에 빠진 마차 행렬도 구해내는 등 남자 어른들도 감히 하기 힘든 일들을 거뜬히 해낸다. 이 작품이 180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까 아직 사회적으로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을 인정해주지 않던 시기였기에 안젤리카의 이런 활약들이 더욱 돋보인다. 또한 곰 사냥 대회에서 유일하게 곰을 물리쳐 안젤리카를 비웃었던 대회 참가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부분도 통쾌했다.
두 번째로 그림이 아주 마음에 든다. 가녀린 모습이 아닌 건강한 운동선수 느낌의 안젤리카 모습과 표정이 과장되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되었고 상대적으로 (벼락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과 사물들이 아주 작게 그려진 것도 재미있다. 글의 내용에 맞춰,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때론 아주 커다랗게 때론 아주 작게 그린 그림들은 사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게 하기에 충분하다.
세번째로 과장된 내용이 많은 것도 재미있다. 마치 미국의 전래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전래 동화 식의 과장된 표현과 스토리 전개가 두드러진다. 벼락을 하늘로 날렸을 때의 자국이 ‘큰곰자리’가 되고 안젤리카의 집 앞 언덕이 아직까지 ‘짧은 풀 언덕’이라고 불리운단다. 그리고 안젤리카가 회오리바람을 밧줄처럼 쓰고 호수의 물을 다 마셔버리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곰 가죽이 테네시 주에 깔기엔 너무 커서 몬테네 주로 이사를 갔다는 내용도 과장되지만 믿고싶을 정도였다.
몬테네 주로 이사를 간 안젤리카는 그 후로도 잘 자라서 멋진 어른이 되었을 것 같다. 남자,여자를 떠나서 우리 아이들이 안젤리카처럼 밝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한다. 안젤리카 뿐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나름대로의 세상의 편견이 있을텐데 이 책의 주인공처럼 멋지게 살아서 그런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웃음의 펀치를 날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