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를 처음 만난 건 EBS를 통해 방영되던 만화에서다.
아마도 포동이라는 이름으로 작고 포동포동한 아이가 자주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원하는 것을 그리면 현실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네다섯 살쯤이던 아들은 포동이에 푹 빠진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자기도 자주색 색연필을 갖고 싶다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낯익은 포동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한동안 아이는 매일 밤 해럴드를 읽어야 잠이 들곤 했었다.
어느 날 밤 크레파스를 가지고 놀던 해럴드는 달밤 산책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달밤이니 달도 하나 그리고 산책할 길도 그리고 작은 숲엔 사과가 빨갛게 익은 사과나무 한그루 그리고………
사과를 지켜줄 용을 그리는 데 정작 해럴드는 자신이 그린 용이 무섭기만 하다.
용을 피해 시작된 해럴드의 모험은 시작되고 해럴드는 무사히 달밤 산책을 마칠 수 있을지……..
아이가 해럴드에 열광했던 가장 큰 이유는 쓱쓱 그림을 그리면 현실이 된다는 사실과 기존에 존재한 세상에 해럴드가 그림을 그려 넣는 게 아닌 그야말로 하얀 백지위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 그리는 그림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창조해내는 세상, 멋지지 않은가?
이 그림책을 읽을 때쯤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안 돼”가 아닐까 싶다.
위험하니 안 되고, 더러워서 안 되고……..
그런데 해럴드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자신이 그린 세상을 자유롭게 경험하며 모험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해럴드가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건 당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