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시집을 처음 읽고 나서, 동시가 넘 유치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동시이긴 하지만 작가가 어른이니까 그래도 뭔가 수준 높은 것을 기대했었나 보다.
아마도 너무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무언가가 많이 들어있는 듯한 그럴싸한 시를 원했었나 보다.
그림도 너무 만화스러워서 동시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것 맞나?…하며 뭔가 더 우아하고 단아해야 할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선지 책을 받은후 며칠이 지나서야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
엄마의 반응과 달리 아들은 동시를 읽으며 킬킬, 껄껄…넘어갔다.
그림도 페이지마다 가리키며 ‘엄마, 이것좀 보세요’하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물었다. ‘그렇게 재밌니?’ ‘네~’
‘왜 재밌어?’ ‘내용도 재밌고, 그림이 너무너무 웃겨요.’
아이가 ‘여름이 다 가도록’이란 시의 그림을 가리키며 ‘나도 선풍기를 옷속에 넣어서 시원하게 한적 있는데~ㅎㅎ’했다.
아이가 책을 내려놓자 마자 슬쩍 집어들어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 우아하거나 세련된 시가 아니다.
‘쏭알쏭알 싸리잎에 은구슬’ 같은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말도 없다.
왜 아이가 이렇게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읽어나가다 뭔가 알것 같았다.
어른이 쓴 동시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쓴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입장에서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이라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에서 아이들의 맘을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한 시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벌초>라는 시를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풀들이 제 발목까지 자랐네요
아빠가 쓱싹쓱싹 다듬어 드릴 거예요
엄마가 소주도 따라 드릴 거예요
제가 노래를 불러 드릴까요? 신곡이예요.
보통 성묘가서 벌초했던 경험을 주제로 한다면 어른의 입장에서는 조상에 대한 그리움, 고마움 이런것들을 떠올리며 시를 썼을것 같다. 뭔가 진지해야 할것 같은 분위기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예전에 큰아이가 성묘가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열심히 조상님들에 대해 설명하던 할아버지께 울 아이는 ‘엄마,아빠는 어디에 묻으면 되요?’하고 물었다.
어찌나 당황스럽던지…어려서 철이 없다고는 하지만…ㅎㅎ 아이들은 이렇게 엉뚱하다.
그게 아이들인것 같다. 아이들의 이런 엉뚱함과 발랄함, 유머스러움….같은 것들이 이 동시집안에 가득하다.
그림도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보았다.
내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만화체 그림이어서 그렇지 ,아이들에게는 아주 재밌는 요소들이 많은 그림이었다.
그림속에 숨은 재치도 눈에 보였다.
만약 이 동시집을 어른의 입장에서 처음 접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분이 있다면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의 책은 아이의 입장에서 쓰여지는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