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색상만을 쓴 책도 아닌데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느껴진다. 두 페이지에 걸쳐 크게 그린 그림이 둥근 것과 각진 것의 어울림이라고나 할까? 마치 현대 조각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얼굴은 둥글고 코는 네모나고 발톱도 네모나다. 햇님까지도 각진 동그라미에 네모난 햇살을 가지고 있다. 이런 풍의 그림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생생하고 독특하다. 주인공은 어린 아이여서 전에 살던 동네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놀러오라는 말을 하지만 엄마는 한 번 이사를 하면 왕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별이 아쉽기만 하다. 어린 아이가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호기심어린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이 귀엽고 인상적이다. 황금도깨비상 심사평처럼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은 놀이지만 그 속에는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