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본건 워낙 유명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거였는데 표지를 넘기면서 난 깜짝 놀랐다. 누가 이렇게 낙서를 하나 가득 해놨나 하고 말이다. 놀라서 자세히 보니 그렇게 책을 만든 거였다. 하하하 아이디어가 참 신선했다. 왠지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솔직히 아이가 재미있어할까? 하는 생각에 상 받은 책이라는 이유로 보게 된 거였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라는 어렵고도 긴 이름의 아이가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겪게 되는 얼토당토않은 지각 이야기이다.
처음엔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와 책가방을 덥석 물어서 장갑을 던져주고, 두 번째는 덤불에서 사자가 나와 바지를 물어뜯어서 나무에 올라가고, 세 번째는 다리를 건너는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학교에 지각을 하게 되는데, 번번이 선생님은 존이 지각한 이유에 대해 말해도 믿지도 않고 오히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한다고 벌을 내린다.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를 300번이나 쓰고, 구석에 돌아서서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를 400번 외치고,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라고 500번이나 쓰는 벌이다.
그렇게 군소리 한번 안하고 순순히 벌을 받은 존은 어떨까?
바로 그다음에 선생님이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아이에게 빨리 내려달라고 하자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하고 대꾸하고는 그냥 가버린다.
푸하하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너무나 서글픈 얘기지 않은가? 우리의 교육현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작은 아이를 이렇게 밋밋한 아이로 만들어버리고 마니.
그러나 이 검은 옷을 입은 선생님의 말–내 살다살다 별소리를 다 듣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갇혀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이 안에서 꼼짝말고 이렇게 500번 써라—한번만 더 거짓말을 하고 지각을 했다간, 이 회초리로 때려 줄테다. 알겠냐?—어쩐지 많이 귀에 익은 말이지 않은가?
나도 우리 아이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데… 깊이 반성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의 말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않는게 아닌가? 말도 안되는 말 한다고 속으로도 무시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주는 모습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건 비단 학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가정, 사회에서도 아이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겨줘야 그들이 커서도 어긋나지 않을수 있을 것이다.
개성을 잃고 자아를 잃고 선생님이란 사회란 권위 앞에서 빛을 잃어가는 우리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은 심각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펄쩍 뛰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읽어주니 우리 아이 참 재미있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