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수레를 타고>
할아버지는 수레를 타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내용이 뭘까? 왠지 여운을 남기는 제목에 더욱 읽어보게 됩니다.
펜으로 크로키한듯한 그림은 마치 그 순간을 포착이라도 한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손자에게 자신을 수레에 태워 산 위에 데려가 주라고 합니다. 산 저편에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할아버지는 산에 올라가서는 다시는 내려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할아버지는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신 거지요. 하지만 할아버지곁에는 이제 페피토밖에 없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할아버지는 참으로 열심히 사신 분입니다. 할아버지는 산에 오르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토로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하지만 지금 남은 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몸뚱이밖에 없으며 앞으로 무슨 할 일이 있겠느냐고요.
할아버지의 말씀에 공감도 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말씀이 왜 이렇게 슬프게 와 닿는지 모르겠습니다.
페피토는 할아버지를 태운 수레를 이끌고 산을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길에 다미안 선생님을 만납니다. 선생님은 할아버지에게 글을 배워보라고 권합니다. 아스테디아 아저씨는 할아버지에게 맛있게 치즈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고, 할아버지가 내려오시면 치즈와 빵을 대접한다고 합니다. 루피노의 기타 구멍 속에서 번데기를 끄집어 내어줬고, 내려오는 길에 멋진 연주를 선물받기로 합니다. 로자리나 아주머니의 어린 아이를 낫게 해줍니다. 아주머니는 감사의 선물로 굵은 털실 복대를 짜 준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올라오면서 만난 이웃들에게 자신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고, 이웃들은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하겠다고 합니다.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퉁명스럽게 화난 사람처럼 말하는 할아버지가 처음에는 괴팍하게 느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민이 듭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은 아픈 몸과 할 일 없는 여생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어찌 죽음을 생각하지 않겠어요.
페피토는 올라가는 길에 잠깐씩 쉴 때마다 한 글자, 한글자씩 작은 나뭇가지로 글씨를 씁니다. ‘아’, ‘우’, ‘리’, ‘오’ 를 할아버지에게 가르쳐줍니다. “뭐가 빠진 것 같은데, 그게 뭐냐?” ” ‘레’ 예요.” ‘아우레리오’ 바로 할아버지의 이름입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읽게 됩니다. 이제 정말 여한이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제 정말 가려나 봅니다. 페피토에게 수레를 가지고 내려가라고 합니다.
“싫어요. 할아버지랑 같이 안 가면, 싫어요.” 울음을 터뜨립니다. 할아버지의 마음이 흔들린 것일까? 이웃들의 호의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둘은 수레를 몰고 내려옵니다.
“이것도 꽤 재미있는데! 홀라디호오오오!”
할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어 정말 다행입니다. 갑자기 자신에게도 할 일이 있다는 걸 느낀 것일까? 어쨌거나 페피토에게도 천만 다행이구요. 이웃들도 할아버지가 다시 내려와 기쁠거예요. 할아버지와 페피토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마지막 장의 그림처럼 제 마음이 다 신나네요.
‘홀라디호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