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봉지 공주? 처음에 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공주이야기?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원래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싫어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공주이야기에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남아 있어서 자라는 우리 아이의 사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전과 다르다.
의존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 삶을 계획하고 설계하면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성향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예전의 이야기에는 아직도 의존적 성향이 많이 남아 있어서 책을 읽어주는 나의 얼굴을 찌푸러트리게 한다.
그림을 보고는 여자아이가 종이봉지를 입고 있어서 종이봉지 공주인가 보다 했답니다.
내용을 다 읽고 나서는 정말..이런 책이 있다니 싶었다.
베스트 셀러가 왜 베스트 셀러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공주와 왕자에 대한 상상과 꿈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게 생각하던 공주와 왕자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 책이 더욱 빛나 보인다.
처음 시작은 다른 동화책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화려한 옷과 모든 것을 다 갖춘듯한 한 공주님이 있고, 그 공주님은 왕자를 기다린다는 내용.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탈이다. 여성은 항상 남성을 향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딸이기 때문에, 특히 이런 면에 더욱 민감하다.
여성 스스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데…왕자라니?
코 웃음이 나왔다.
여하튼 왕자는 용이 잡아가게 되었다.
공주는 그런 왕자를 다시 찾기 위해서 온갖 고난을 겪어가면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여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해낸다.
이 부분에서는 좀 색다르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그러하듯, 왕자가 공주를 구하기 마련인데..공주가 왕자를 구한다.
여성의 강인함과 자기 주체적 삶을 표현하려고 하는 면이 보여서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가지고 베스트 셀러라니..솔직히 좀 그랬다.
그 정도 상상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왕자의 반응이 재밌다.
구해준 공주에게 감사해하고, 다시 행복하게 산다는 해피엔딩일 줄 알았는데…아니다.
왕자가 공주의 초라한 행색을 무시한다. 이거 뭐야?
라고 느끼는 찰나 공주는 왕자를 버리고 떠나간다.
우와~~정말 멋있다.
우리 딸에게 여러번 읽어주어도 좋을 만큼 매력이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저버릴 때는 당당히 박차고 나올 수 있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멋져보였다.
그리고 사랑스러워보였다.
우리 딸도 나중에 커서 자신의 삶 앞에 자신감 있고, 당당한 멋진 여성으로 자라길 소망하여 오늘도 이 책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