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의 카리스마보다 끌리는 괴짜탐정의 매력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9월 10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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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괴짜탐정의 사건노트

저자: 하야미네 가오루

출판사: 비룡소

‘괴짜탐정의 사건노트’는 아이들에게 ‘교수님’이라고 불려지고, 자신의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자칭 ‘명탐정’인

‘유메미즈 기요시로’와 세쌍둥이인 ‘이와사키 아이’ ‘이와사키 마이’ ‘이와사키 미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리 소설이다.

저자는 하야미네 가오루.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책을 싫어하는 자신의 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쓰게 된것이 계기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배경 때문인지 하야미네 가오루의 소설은 대체로 청소년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어체, 이야기 진행

방식을 이용한다.

 

이야기는 세 쌍둥이가 유메미즈 기요시로가 옆집에 오자 어떤 인물인지 탐색하러 가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중간에 마이와 미이

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세쌍둥이인 ‘아이’의 초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 쌍둥이와 유메미즈 기요시로는 아주 넓은 놀이공원인 ‘오무라 어뮤즈먼트 파크’에 가고

‘백작’이라는 필명을 가진 한 남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아이들 4명’을 유괴해가고,

유메미즈 기요시로는 경찰청장과의 친분이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메미즈 기요시로’라는 캐릭터상과 ‘결말’이다.

보통 명탐정이라고 하면 ‘홈즈’나 ‘아케치 고고로’와 같은 소설 속의 탐정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명탐정들은 카리스마있고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깔끔하다.

그런데 ‘괴짜탐정의 사건노트’에 나오는 괴짜탐정, 그러니까 유메미즈 기요시로는 지저분하고, 12시가 다되서 일어나고 

하룻동안  하는 일이라곤 편의점 가고, 이상한 잡지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 밖에 없다.

이런 기요시로의 모습은 홈즈 같은 탐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친근하게 다가와서 친구 같고, 정이 느껴진다.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를 보며 웃는다.

작가는 기존의 ‘명탐정’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명탐정의 상을 만들어냈다. 자신감은 은행에 장기 적금을 해놓은 것 같고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뜻) 스스로 ‘명탐정’이라고 말하는 엉뚱한 명탐정을 말이다.

물론, 이런 괴짜탐정이 나온 책은 다른 책도 있지만 유메미즈 기요시로 만의 매력은 따로 있다.

보통 맹해보이는 교수님이 갑자기 사건만 나오면 진지해져서 풀로 경찰에서도 유명해지고… 이런 뻔한 캐릭터가 아닌

그 진지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가는..(여전히 괴짜인…)그런 명탐정. 한 마디로 꾸밈이나 거짓이 없다.

 

이 책의 결말 또한 몹시 감명깊었다.

결말을 보면 백작은 아이들을 유괴하는 것이나 자신의 마술 트릭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고

네 명의 천재 아이들이 바쁘고 피로에 찌든 생활을 하는 것을 가엽게 여겨 ‘한 달’동안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한 것

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유괴’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4명의 아이들과 미리 작전을 짠뒤 ‘오무라 어뮤즈먼트 파크’에서 사라진 것이

다.

 

우리는 항상 천재 아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오면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 “쟤들은 시험공부 안해도 되니까 좋겠다”

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유근이’는 초등학생의 나이에 대학을 갔다. 거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다.

하루에 수학만 8시간을 한다고 한다. 천재들은 우리가 흔히 하는 ‘친구와 오랫동안 통화하기’, ‘친구들과 놀러다니기’등을

누리지 못한다. 아니, 우리만큼 많이 누리지 못한다.

 

작가는 천재 아이들을 넘어서 한국의 모든 아이들을 학원에 뱅뱅뱅 돌리거나 개인과외를 붙히는 등 계속 공부를 시키는 혹은

음악, 체육 등을 시키는 부모님들에게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세요?’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게이머들은 그게 일이기 때문에 게임은 놀이가 아니다.

수영선수는 수영을 좋아하지만 수영이 놀이인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그렇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큼 청소년의 황금기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

다. 작가는 이 주제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고 이 주제를 추리 이야기에 접목 시키면서 독자들이 책에 후반부에 다다라서는

“혹시 이건 단순한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닐까? 백작은 4명의 천재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한 것은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치면서 나는 이 추리소설의 책의 구성에서 좋았던 점을 하나더 이야기 하고자 한다.

바로 독자가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책은 은근히 독자들에게 추리를 하게 한다. 일종의 ‘테스트’처럼.

예를 들어, 이 책의 초반부에 세 쌍둥이가 유메미즈 기요시로에 대한 ‘관찰 보고서’를 작성할 때.

거기에는 작가가 숨겨논 트릭이 있다. 보고서는 3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매번 주인공이 다르다.

내 말의 뜻은 첫 번째 보고서에서 ‘나’는 세쌍둥이의 첫째인 ‘아이’이고

두 번째 보고서의 ‘나’는 세쌍둥이의 둘째인 ‘마이’이다.

마지막 보고서의 ‘나’는 막내인 ‘미이’이다.

이 세쌍둥이는 기요시로를 속인다. 생긴 모습이 똑같으므로 마치 한 사람인 것 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독자에게도 보고서마다 ‘나’가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나중에 기요시로가 추리해낸다.)  독자는 그 트

릭을 찾아 낼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

(무슨 말인지 헷갈리시면 책을 직접 읽어주세요.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여기까지 긴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겠습니다.

추리 소설이 요새 새로 여러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추리 소설을 평가하실때 기준을 어떻게 잡으시나요? 혹시 얼마나 논리적인 추리가 들어갔는지, 이야기가 흥미로운지를

보시나요? 물론 그런 기준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추리 소설이라 해도 ‘감동’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이란 재미를 통해 얻은 감동일 수도 있고 교훈일 수도 있으며 작가가 던지는 따끔한 한마디 일 수도 있겠지요.

어찌되었든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와 독자의 교감. 쉽게 풀이해서 독자가 책을 읽은뒤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괴짜탐정의 사건노트’에 최고 점수 ‘별 5개’를 주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의 크기가 세로 18cm, 가로가 13cm로 작아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 너무 좋다.

전 개인적으로 기요시로(괴짜탐정)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저런 교수님이라면 나도 한 명 옆에 계셨으면…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