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면도를 하고 있다. 웃길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왜 슬퍼보이는 걸까?곰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사람처럼 면도를 하고 사람처럼 일상에 찌들어 우울하고 슬픈 얼굴로 거울 앞에 서있다.
곰은 겨울잠을 실컷 자고 봄이오자 잠에서 깨어 동굴밖으로 어슬렁 어슬렁 나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곰의 숲이 사라진 것이다. 곰이 잠든 사이에 곰이 살고 있던 숲은 사라지고 그곳에 큰공장이 세워져있다. 곰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사이 사람들이 다가와 곰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곰은 자신은 곰이라고 얘기해보지만 누구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곰은 동물원 철장에 갇혀있거나 서커스단에서 재주를 구르고 있다. 그러나 곰은 철장 안에 있지 않고 재주를 부릴줄도 모르기 때문에 곰이 아니라고 판명이 된다. 곰은 결국 유니폼을 입고 덥수룩한 털을 면도하고 일을 하게 된다. 이제 곰도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곰은 일이 참 서툴다. 게다가 날씨가 쌀쌀해지자 졸기까지 한다. 이제 곰은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에 쫓겨난다. 곰은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곰은 어떻게 해야할까? 곰은 이 세상에서 아무 존재 가치도 없는 것일까? 곰은 자꾸만 졸리웁다. 곰은 스스로를 몰라도 자신이 늘 겨울이면 잠들었던 동굴로 찾아가게 된다.
쓴웃음을 짓게하는 책이다. 우리가 옆에서 보는 갈색곰의 이미지는 정답고 포근하고 느린 동물이다.그런 것이 자연스럽고 그래야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의 삶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곰은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강요되어진 생기없고 우울한 모습이다. 곰이란 자연의 한 부분이지만 자연의 전체를 상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대하고 신비로운 자연은 사람들의 욕심대로 변질이 되어있다. 곰은 위태로워 보인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구획되어진 그 테두리에 속하지 못하면 무조건 소외를 시켜버린다. 그러나 과연 자연이 우리가 소외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우리 곁에 늘 살아 숨쉬어야하는 자연이 우리곁에 있지 않고 단순하게 만들어진 자연의 대용물로만이 있는 건 아닐까? 그 자연이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