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서점에 처음 아이의 전집을 하나 사 주러 갔을 때 책높이가 가지각색이어서 참 의아했던 적이 있다. 우리 어릴 때는 전집이라면 다 똑같은 키높이를 가지는 책이었는데, 그래서 그 가지런함에 또 한 번 뿌듯해지곤 했는데. 책 파는 분 말씀이 요즘 전집들은 다 이렇게 나온단다. 이렇게 해 주는 것이 아이들의 공간 지각력을 키워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얘기 해 주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풍덩>>이나 <<눈사람 아저씨>>, <<곰>>같은 책을 한 번쯤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난히 큰 이 책은 커다란 곰 속에 파묻혀 있는 아이처럼 우리 아이를 책 속에 파묻어 버린다.
<<눈사람 아저씨>>에서 이미 익은 그림풍은 이 책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말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대화 글을 읽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본문 중의 일부 글들은 글자도 작고 또 많아서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가 읽기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가 글자 수가 작아도 글자 크기가 작으면 그 책을 잘 안 읽르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조용히 책에 코를 박고 읽는 폼이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드는가보다.
아이들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끊임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인정하라고 어른들에게 말 걸어주는 작가들이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도 바로 그러한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곰 인형을 유난히 좋아하는 틸리에게 엄마는 항상 잠자리에 곰인형을 안고 잘 수 있게 가져다 주면서 잠자리 인사를 한다. 그렇게 잠든 틸리에게 정말정말 커다란 진짜 북금곰이 찾아온다. (틸리가 안고 자는 곰인형에게 찾아 왔나?) 틸리는 아이라서 그 곰을 보고 으르렁 거리는 모습을 보고도 하품을 한다고 그러고, 예쁘다 그러고… 그래서 곰이 화낼 틈이 없다. 그리고 영차영차 침대에 곰을 눕히기까지. 그런데, 곰은 침대에 제대로 올라갔고, 틸리도 그 품 속에서 따뜻하게 잠이 들었지만, 곰인형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어 맘이 조금 불편했다. 애지중지 하던 인형인데… 아이들도 이 장면을 보고 맘이 아프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히 마지막 장면 근처에서는 틸리가 곰인형을 안고 곰의 품에 안기어서 그나마 맘이 풀린다.
이 대단한 사건은 즉각 엄마, 아빠에게 보고된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의 반응은 아마 틸리 부모님 같은 반응이 아닐까?
적당히 “그랬니?” 하다가, “이제 그만 상상의 세계에서 나오렴.”하고 이야기 해 주는.
하지만, 틸리는 열심히 곰의 응가도 치워주고, 쉬야도 치워주면서 화도 내면서… 그렇게 곰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틸리의 집은 곰이 평생 머물 장소는 분명 아니다. 곰은 엄마, 아빠가 틸리의 마음에 맞게 곰을 제대로 인정해 주기 시작할 무렵 자기가 머물러야 할 곳으로 떠난다.
틸리에게는 뭐든지 다 아는 곰돌이 인형만 남았지만, 그와 함께 틸리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부모님도 계시니 외롭지 않다.
이렇게 커다란 곰에게 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하지 않을까? 하지만,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 응가도 치워 주어야 하고, 쉬야도 치워 주어야 하고, 그리고 집을 엉망으로 해 놓으면 그 뒷감당도 해야하니.
아이들에게 무한상상 세계를 선사할 참 좋은 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