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누구에게나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하고 엄마 흉내를 내거나 엄마 화장품 몰래 발라봤을 것이다.
다섯 살 쯤인가, 엄마 화장대에 붉은 색 립스틱과 꽃분홍 매니큐어가 있었는데 그 때 기억으론 어떤 것이 손에 바르는지 입술에 발라야 하는지 모르고 둘다 예쁘게 바르는 거라고만 알고 있었다.
엄마가 집 근처 시장에 갔을 때, 기회는 이 때다 하고 몰래 입술에 발랐다.
엄마가 화장 할 때 하시던 모습대로 위아랫 입술을 맞물려 누르고 거울을 봤다.
꽃분홍이 내 입술을 가려서 예뻐 보인다고 생각하고 나름 좋아했다.
그런데 입술이 끈끈한 것이 이상하다.
헉! 손에 바르는 것을 입술에 바른 것이다. 화장지로 열심이 닦았는데 화장지가 덕지덕지 들러 붙었던 기억이 난다.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미야에게 우연히 손에 들어온 빨간 립스틱이 그런 마음을 자극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는 경험과 호기심이 미야에겐 정말로 엄마가 되는 기회로 찾아온 것이다.
저녁까지 백화점에서 일하는라 미야와 동생 호야에게 엄마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줄 수 없다.
더구나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호야에겐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수 밖에 없는 미야다.
엄마의 자리가 늘 그리운 동생 호야에게 완벽한 엄마노릇을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이미 나왔던 책이다.
헌데 비룡소에서 다시 내 놓았다.
책 속에 몇 가지 어휘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말로 살짝 손을 보고 그림도 최정인씨가 다시 그려 나온 것이다.
좀 더 세련된 그림과 고급스런 표지로 변신을 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특히 여자 아이들이 더 좋아하겠지만 남자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