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땋아내린 머리를 빨간 방울로 묶고 엄마의 화장대에 앉아 거울를 바라보며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여자아이.
표지를 보며 엄마의 립스틱같은 것에는 이제껏 한 번도 관심을 보인적이 없는
아들아이가 흥미를 갖을 만한 책이 아니겠다..생각했다.
하지만 새 책을 반가워 하며 얼른 펼쳐읽기 시작한 아이는 곧 책 속이야기에 쏙 빠져들었다.
제목에서 표지에서 나혼자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느꼈던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 마법이 세계는 존재한다. 그것은 동심의 또 다른 이름. “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던가.
립스틱을 바를 때마다 스르륵 엄마의 모습으로 변하는 놀라운 마법이 펼쳐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이 말이 떠오른다.
엄마가 종일 백화점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어린 동생 호야를 돌보는 것은 늘 미야의 몫이다.
호야가 엄마를 찾으며 떼를 쓰고, 펄펄 열이 나고 아프기라도 하면
미야는 ‘어른이 되었으면, 엄마가 되었으면… ‘ 하고 생각한다.
어느날 우연히 갖게 된 빨간 립스틱은 미야의 그런 바람을 들어주었다.
호야에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마치 슈퍼맨이 건물 뒤 아무도 보지않는 골목으로 들어가 변신하고 나타나듯
그렇게 미야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호야곁의 다정한 엄마가 되어 일상속에 소중한 기쁨을 나눈다.
립스틱을 바른 미야에게 일어난 마법이란
미야가 하고 싶은 일, 가보고 싶던 곳, 갖고 싶은 것을 이루어 주는 마법이 아니라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난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우느라 늘 고단한 엄마와
엄마의 손길이 부족한 어린 동생을 위한 마법이다.
설레는 맘으로 빨간 립스틱을 꺼내들고 입술에 바르지만
오로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그 떨리는 마법을 부리는 미야의 모습이 애틋하다.
가족이란 그런 것 아닌가.
나의 모든 것을 나누어도 아깝지 않고, 내가 채우지 못한 것을 채워주어도 속상하지 않고,
부족한 중에도 나누고 , 슬플 때 위로하고, 기쁠때 축하하며 조건없이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것.
마법의 립스틱을 바르고 엄마가 되어
현실 속에서 다같이 아프고 서글펐던 가족들의 삶을 꿈처럼 행복하게 지켜낸
미야가 예쁘고 사랑스런 책이다.
어찌보면 흔한 상상을 담은 이야기같지만
동심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따뜻한 마법을 통해 보여주는 가족간의 사랑이
잘 다듬어진 글과 생기발랄한 그림안에 흥미롭게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