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색이 짙은 그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자꾸 떠오르는 책이 있다. 솔거나라 시리즈 중의 한 권인 <<그림 그리는 새>>가 그것이다. 내소사 단청에 얽힌 전설을 그림으로 그려 둔 책인데, 새의 목숨을 구해 준 스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아가씨의 모습으로 나타난 가룽빈가의 이야기, 그리고 절대 들여다 보지 말라고 했건만 들여다 보는 바람에 마지막 단청을 칠하지 못하고 날아가 버린 그 이야기가 두루미 아내와 너무나도 닮아 있어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림 그리는 새>>도 꼭 읽어 봤으면. 일본의 이야기와 우리의 전통 이야기를 비교 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요헤이라는 가난한 청년은 날개에 화살을 맞아 버둥거리는 두루미 한 마리를 구해 준다. 그 날 밤늦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요헤이의 집으로 와 아내로 맞아 달라고 하고. 요헤이와 아내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겨울이라 일거리가 부족해서 살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내는 자신도 베를 짤 테니 그것을 내다 팔라고 한다. 대신 자기가 베를 짜는 동안은 절대로 들여다 보지 말라고 하고. 그 베는 아주 아름다워 비싼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이내 돈은 떨어졌고 다시 아내는 베를 짜게 된다. 베는 처음보다 더 고왔지만, 아내의 모습은 더욱 야위었다. 이웃 마을 사람이 요헤이네 살림이 넉넉해진 것을 알고 그 베의 값을 아주 비싸게 받을 수 있도록 부자집에 다리를 놓아줄 테니 베를 한 번 더 짜라고 한다. 아내는 더 이상 짤 수 없다고 하지만, 남편의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고 끝내 베를 짜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절대로 들여다 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흘, 두 번째에는 나흘 걸리던 그 일이 닷새가 되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요헤이는 실도 없는데 고운 베가 짜 지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하여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들여다 보고 말았다. 방에서는 두루미 한 마리가 자기 깃털을 뽑아 고통스럽게 베를 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은혜를 입은 두루미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사람의 모습으로 요헤이를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두루미 아내는 떠난다. 뒤늦은 후회는 소용없는 법.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보답이 있을 거라는 것,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지 않을까? 옛날 이야기 형식이라 글이 참 재미있게 읽힌다. 두루미 아내가 남기고 간 마지막 베의 은은한 빛에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