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깁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책이라는 뜻이겠죠. 정말 올해 만난 책중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아홉살 큰 아이는 아주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상당히 좋아했어요. 손가락 힘도 좋아서 연필도 일찍 잡았기에 그림도 제법 척척 그려냈지요.
저도 제 아이 앞에서는 한꺼풀 덮힌 눈을 갖고 있는지라, 아…….. 이 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어릴적부터 미술관을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그림과 조각을 접하게 해주었지요. 당장 아이의 미술 실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해도 감성엔 좋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덕분인지 예쁜 그림,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요즘엔 유명 화가의 모사에 한참 재미가 붙은 상태고요.
그런 아이이지만 색에 대해서만큼은 저도 손을 대준적이 없습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어떻게 알려줘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냥 감각으로 어울리는 색을 찾는 재능을 보여주기를 바랄뿐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아이에게 색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는 멋진 책을 한권 발견했습니다. 함께 보는 엄마또한 반하게 만든 책이라 평점에 별이 다섯개 밖에 없는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심플한 빨간 꽃 한송이에 파란 바탕. 강렬하지요. 게다가 아이들이 보기 좋게 스프링 제책입니다. 넘겨보기 참 좋아요. 두께도 만만치 않고요. 핵심은 내용이니 차근 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이야기 해주는 색 이야기는 삼원색입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화가중 색면 추상화를 보여주는 마크 로스크의 그림입니다. 캔버스 위에 색을 입은 면만 있지만 그 느낌은 강렬하지요.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 있으면 저는 어쩐지 슬퍼져요.녹아내리는 슬픔이라고 할까요.
<새콤달콤 색깔들>이 들려주는 삼원색 이야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파랑,빨강, 노랑의 삼원색을 면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어요. 조금 엷은 파랑은 하늘, 그 아래 진한 파랑은 바다…..단순히 같은 계열의 색을 두개 맞붙여 놓았는데 수평선으로 맞닿은 바다가 연상됩니다. 노랑과 빨강도 같은 식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삼원색에 대한 베이스를 깔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파랑, 빨강, 노랑에 대한 감각을 머리와 가슴으로 느낀 뒤에 미술 이론으로 접근합니다. 이 세가지 색이 색의 기본인 삼원색이라고 불리우고 이 색들을 같은 양만큼씩 두가지를 합치면 또 다른 색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삼원색중 두 가지 색을 합쳐서 나온 색을 ‘이차색’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물감을 섞어서 직접 해보는것도 좋겠지요. 그런데 책으로도 이차색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색상이 들어있는 OHP필름이 붙어 있어요. 삼원색중 한가지 색에 다른 삼원색 필름지를 살짝 덮어주면 이차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보세요. 파란색에 노란 필름지를 덮으니 녹색으로 변하지요. 파란+노랑=녹색 이라는걸 아이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섯살 방글이는 굉장히 신기해했고 아홉살 민지도 아하! 하는 감탄의 표정을 짓더라구요. 색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다음으로 만나는 순서는 색의 명도입니다. 색의 밝고 어두움을 말하는 명도. 하얀색의 물감을 섞어서 색의 밝기를 달리하면 같은 계열의 여러 색이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특히 좋았던 점은 일상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점이예요. 노랑을 예로 들어볼까요. 각각 명도가 다른 노란색을 밝은 순으로 늘어놓았어요.위에서부터 가장 밝은 색은 연노랑색, 개나리색, 레몬색,태양색,황토색,귤색.
녹색은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푸른 야채들을 예로 밝기를 설명해 줍니다.풋사과, 올리브, 사이다병, 시금치, 무 이파리, 여름 나무, 나뭇잎 아이들은 이렇게 든 예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색을 쉽게 연상할 수 있어요.그래서 밝기의 비교를 눈으로 실제로 보지 않고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거죠.
반대로 검은색을 섞을수록 어두워져서 원하는 색상을 만들수 있다는것도 알려줘요.격자무늬로 순차적인 검은색이 인쇄된 OHP필름을 격자무늬로 늘어놓은 색위에 살짝 덮어주면 새롭게 만들어진 색을 확인할 수 있지요.OHP필름을 보시라고 흰종이를 필름 뒤에 대보았어요. 보이시죠?
기본 이론을 재미있게 이해한 후에 실제 그림속에서 명도가 어떻게 변화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시 OHP필름으로 색을 더해주는 것으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실제로 독후활동이나 미술활동을 할때도 교본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꽤 쓸모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그림 말고도 책속엔 더 멋진 그림들이 많이 들어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 다음으로 해주는 이야기는 보색입니다. 색의 대비를 통해 강조를 하는 보색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을 하고 있을까요.우선 대표적인 보색을 보여준 후 삼원색과 이차색을 갖고 개념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주 명쾌한 설명이죠?그런데 이 부분은 유아 수준에서는 약간 어려운듯 해요. 아홉살 큰 아이는 재미있어 했고요.
보색 설명과 연결해서 차가운색과 따듯한 색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고 있어요.그런데 설명 좀 보세요. 이야기속에서 색이 연상이 되고 자연을 느낄 수 있지요. 이보다 더 컬러풀한 시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더불어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을 나누어서 잘 설명해 주고 있잖아요. 감성발달에 참 좋겠구나 싶어서 읽어주는 엄마 마음에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색, 모든 색을 만날 수 있는 색조표도 보여주고 있네요. 색조표를 통해서 색이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때 빛을 통해 색이 되어 망막에 맺히는 색은 보이는 그대로일수도, 느끼는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일수도 있지요.그렇다면 그 색은 수만가지라고 말 할 수 있을거예요. 마음의 색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하기에 책의 마무리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감탄한 부분입니다.비가 개인 하늘에 보이는 무지개는 빛의 반대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밤엔 고양이들이 모두 회색으로 보입니다.이게 무슨 뜻일까요. 바로 빛과 색의 관계입니다. 색은 빛이 없으면 그 이름을 갖을수가 없습니다. 앞에서 만날 수 있었던 색 이야기들에 대한 가장 궁극적인 정의이자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가장 명확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멋진 책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쏟아지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예술 창작의 근본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인상깊었던 점은 색을 접하는 아이들에게 그 상상의 여지를 빼앗지 않고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색의 기본은 빨강, 파랑, 노랑이고 이것을 삼원색이라 한다. 그리고 그 색들을 합쳐서 나오는 색들을 이차색이라고 하고….등등의 나열만으로 그쳤다면 이 책은 여타의 미술 이론책과 다를바가 없었겠지요. 미술, 나아가 예술, 창작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잘 알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책이기에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없는 책입니다.
또 한가지, 어린이 미술 전문가에 의해 쓰여진 책이라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알기 쉽게 아주 잘 쓰여진 책입니다. 어떤 분이 우리나라 어린이 역사 교양서가 형편없다고 지적한적이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비 역사 전문가. 게다가 어린이를 위한 역사 전문가가 아니기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훌륭한 역사책이 나올 수가 없다는 신랄한 비판을 들으면서 역사를 전공한 한사람으로 화도 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부러웠던 점은 어린이를 위한 책임에도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 미술 전문가가 예술적 혼이 느껴질 정도로 정성스럽게 책을 만들었다는 거였습니다.
화려하고 깨끗한 색이 가득한 책을 보는것만으로도 훌륭한 그림책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실제로 따라할 수 있는 미술 교재로도 그 활용가치는 충분한 책입니다. 또한 색을 인지하는 유아부터 초등 연령의 아이들까지 넓게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더욱 좋습니다.
감성 발달에 아주 그만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미술책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