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귀여워서 그런가. 제법 책이 두꺼운 편이지만 아이는 흔쾌히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읽네’ 아이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때론 킥킥 대기도 하면서 보는 것이다. 그러더니 “엄마, 이 책 진짜 재밌다”하는 것이었다. 할수없이 아들에게 먼저 이 책을 양보했다(재미있는 책은 가족들 사이에 쟁탈전이 치열하다^^)
『만화광 스텔라, 게임 회사를 차리다』는 어린이들에게 경제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전해 주는 경제 동화이다. 그러나 경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친근한 소재인 게임을 통해 풀어가며, 부수적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경제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또 아이들 스스로 경제의 주체가 되어가는 부분도 다루고 있어서 일석이조의 동화책이다.
주인공인 스텔라는 만화광이고, 사촌 오빠 다니엘은 컴퓨터광이다. 만화를 좋아하다보니 열심히 만화를 그리게 된 스텔라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만화를 잘 그렸고, 다니엘은 컴퓨터에 관한 한 도사급이었다. 스텔라가 그린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한 두 아이는 게임 회사의 인턴사원이 되어서 직접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스텔라의 동생 크리스는 사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아이이다. 블랙 스네이크라는 20만원짜리 운동화를 사달라고 부모님께 조르다가 왜 운동화가 그렇게 비싸졌는지를 알게 된다. 브랜드 이미지가 상품의 가격에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세금도 붙고, 재료비외에 인건비, 운송비, 회사의 이윤, 상인의 이윤 등을 다 포함해서 재료비는 5만원도 안되지만 상품 가격은 20만원으로 책정된다는 것도 말이다. 또 경매 사이트에 싸게 나온 블랙 스네이크가 사실은 짝퉁, 즉 모조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와중에 모조품이 시장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아이들이 알게 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주인공과 관련있는 경제적인 부분들이 무리없이 아이들에게 잘 전해지는 것이 강점이다. 헤드헌팅을 하는 헤니 아주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왜 공장이 외국으로 이전하는지도 알게 되고,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 근무 시간, 시간 외 수당, 단체 협약 등을 알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엄마의 도자기 회사를 통해 구조조정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경영의 어려움과 신용 대출, 은행의 역활, 투기와 투자에 대한 것들도 알게 된다. 회사가 변화에 직면해서 어떻게 운영이 되어야 하는지도 배우고 말이다.
드디어 게임을 개발한 스텔라와 다니엘은 이제 데모 버전을 만들어서 게임 사이트에 유포하고, 이를 통해 입소문이 나게 하는 것이 버즈 마케팅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또 데모 버전을 통해 테스트를 해서 실제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창업 지원 센터에 가서 상담도 하고, 변호사도 만나고, 통신사에 가서 프리젠테이션도 하고, 나름대로 수요예측을 통해 수입을 미리 예상하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경제의 큰 틀을 배워나간다.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회사의 회계가 이루어지는지를 기업의 재무 담당자인 요하힘 아저씨를 통해 들으면서 알게 되는 회계의 원리들은 어른인 나도 잘 모르는 부분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경제 용어를 접하게 되고 또 사업 계획서를 준비하고 실제 사업에 뛰어드는 두 아이를 통해서 사업 운영과 경영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진행되는 생산과 소비 활동의 큰틀도 이해하게 된다.
각자의 고충을 털어놓는 대목을 통해서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회사원의 장점과 단점을, 직접 경영인이 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오페라 가수인 켈리의 엄마를 통해서는 프리랜서(?)들의 고충과 세금 관리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많은 경제 용어와 경영 용어들을 접하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이러한 용어들이 따로 떨어져있으면 상당히 골치아프고 딱딱한 용어들이지만 책에서는 참 재미있게, 쉽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경제 기사를 읽어볼까 하다가도 머리가 아플 것이라 생각해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 일쑤여서 경제 관념에 꽝인 나를 보고 동생은 “아이들에게는 일찍부터 경제 관념을 심어주어야 해”하고 당부하곤 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경제 관념을 심어주어야 하나 하고 고민햇는데, 이 책을 보고 그 고민이 사라졌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되니까 말이다.
일러스트 또한 만화풍이고 밝아서 아이들이 딱 좋아할 스타일이다. 경제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이 책이 정말 딱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