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라는 단어에서 오는 사람들 틈에서의 낙오자라는 이미지. 그 이미지처럼 내 앞에 놓인 이 성장소설은 학교를 벗어나있다. 학교를 벗어난 것도 모자라 송전탑이 세우는 공사가 진해중인 산 중의 마을이다. 세상과 똑 떨어져 나온듯한 산 속 마을은 배고파도 먹지 않을 정도의 허름한 밥상에서도 왠지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학교라는 배경을 두지 않는 성장소설. 흥미롭고 색다르다. 그들이 도망치다 붙잡힌 이야기, 그 시골에 오게 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있어서 독자를 휘어잡고 궁금증을 일게 한다. 도망친 이유를. 또 도망갈까 하는 상상도 한다. 그래서 내가 새벽까지도 이 책을 붙잡은 채 놓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네 명의 실업계 고등학생이 이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실업계고 학생이라면 물론 지역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주로 간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실업계고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곳에서만큼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을 통틀어 꼴찌라는 단어로 대신한 것 같은 추측을 하며 수긍을 했다. 요즘은 실업계고에 가서 기술 배우고 학교랑 맺고 있는 회사로 바로 취업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생각의 잔재가 남아있다. ‘꼴찌들이 떴다’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학교를 떠난 채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지만 부모들의 잔소리들에 대해 투덜대던 네 명의 삐져나온 입들은 어느새 쏙 들어간 채 멋진 성장의 한걸음을 이루어낸다. 투덜대지만 노동을 통한 땀방울들이 있고 그 시골의 또래라고 사귀기 시작한 친구들의 우정과 짝사랑, 그리고 가장 큰 사건은 마을의 송전탑 공사에 관한 시위일 것이다. 네 사람의 우정도 도둑까지. 푸짐한 소재들이 재미나게 꽉꽉 채워진 성장소설이다. 양 대리의 정체! 청소년의 노동을 착취자로만 보이는 그 사람의 정체도 볼 수 있다. 따뜻한 인간미까지 잊지 않은 것이다. 여러 재미로 눈 코 뜰 새 없이 매력에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빼놓을 수 매력이자 재미는 말하자면 최신판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창 유행하는 곡 ‘어머나’를 열창한다는 장면에서 시간은 대충 감이 잡히는 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바로 작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제목만 해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이다. 시간을 거슬러 똑같이 읊을 수 있는 아저씨들의 욕은 올해 1월까지라도 덧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마을을 위해서 카페나 사이트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인터넷을 가까이 하는 청소년다운 발상도 보였다. 그에 반해 염 씨의 구수한 사투리도 들을 수 있다.
학교를 떠난 성장소설이지만 또 다른 재미를 주었고 결말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