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좋지 않던 판돌포 할아버지에겐 골칫거리가 많았다.
‘새들, 관절염, 군인들, 날씨, 사촌들, 애완용 까마귀 까지.’
그중에서도 할아버지를 가장 괴롭히는 건 사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한통속이 되어 할아버지의 땅을 탐냈고, 제초제, 쥐약, 살충제 같은 것들을 만드는 공장을 세우려는 무서운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허수아비를 하나 만들었다. 크고 단단한 무로 머리를 만들고, 튼튼한 빗자루를 몸통 삼아 낡은 양복 한 벌을 입힌 뒤 짚으로 속을 채웠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긴다.
“네가 누구네 허수아비인지 잘 기억하고, 예의 바르고 용감하고 명예롭게 행동하고, 친절하며 행운이 가득하길”
할아버지는 만든 허수아비를 밀밭 한가운데에 세워뒀다. 그런데 지나가던 게으른 농부가 훔쳐가고, 다른 사람이 다시 또 훔쳐간다. 그렇게 밀밭과 멀어진 허수아비는 할아버지가 처음 만들었을 때의 말쑥한 모습은 없어지고 만다.
어느 날 밤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고, 허수아비는 번개를 맞고 만다. 그러더니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게 된다. 한편 근처 농가의 헛간에 있었던 소년 잭은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에 밖으로 나왔고, 진흙 밭 속에 있는 허수아비를 만난다.
허수아비는 잭의 도움으로 막대기 다리 한 짝을 얻고 진흙 밭 속에서 나올 수 있었고, 진취적이고 재능 많은 허수아비의 제안을 받아들인 정직하고 의욕적인 시종 잭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 시각 부팔로니 집안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사라진 허수아비를 찾기 위해 변호사 체르코렐리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허수아비의 행방을 묻는다.
‘왜 허수아비를 찾을까? 허수아비에게 무슨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그들은 모험 도중 산적을 만나고, 유랑극단을 만나고, 새 쫓는 일을 하면서 빗자루를 사랑하게 되고, 신비의 마차에서 점성술사를 만나고, 군대를 만나는데 대위가 된다. 전투가 벌어지면서 몸은 온통 총알 구멍투성이고, 다리도 하나밖에 안 남고, 무 얼굴도 한 쪽이 날아가 버린다.
그들은 뗏목을 타고 강을 떠내려가다 무인도에 도착하고 먹을 게 없던 잭에게 허수아비는 나무토막처럼 딱딱해진 무 얼굴을 잘라 내서 먹게 한다. 그러던 중 새들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허수아비와 잭은 갈매기들이 가져온 배를 타고 이동해서 스프링밸리로 간다. 그곳에선 재판이 열리고 있었고, 스프링밸리의 법적 문제로 부팔로니 집안사람들과 큰소리가 오간다.
하지만 판돌포 할아버지는 사촌들로부터 농장과 모든 샘과 우물, 물줄기와 연못, 시내와 분수 등을 지키기 위해 허수아비를 만들어 그 안에 유언장을 넣어둔 것이다. 그래서 허수아비를 찾기 위해 뒤를 쫓고 야단법석이었던 것이다. 그럼 뭐하나? 할아버지는 스프링밸리는 영원히 허수아비의 것이라고 남겼는데 말이다.
이렇게 스프링밸리의 주인이 된 허수아비는 모험 중에 사랑에 빠졌던 빗자루가 등뼈로 이식되어 한 몸이 되었고, 성인이 된 잭의 아이들과 놀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영국 작가 필립 풀먼이 이 글을 쓰는 동안 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며 고백할 정도로 사람처럼 행동하는 허수아비와 그 허수아비를 모시는 소년 잭의 우스꽝스럽고 흥미진진한 모험이야기가 쉼 없이 책을 읽게 만든다. 모험을 좋아하고, 지금 무언가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이 책속에서 그 흥미를 찾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