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여행…
표지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톤, 그에 반해 제목은 밝은 하늘색이다.
밤 분위기의 어두운 톤, 옛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작가를 본다.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아 『도서관』과 『리디아의 정원』으로 유명한 작가 부부.
나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참으로 좋아하는 작가다.
그 작가 부부의 작품이란 점부터 이 책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 줄 거란 확신이 든다.
하지만, 왠지 어두운 톤으로 인해 기분은 가라앉는다.
그림이 주는 느낌, 정말 묘하다.
그렇게 표지를 넘긴다.
간지를 보니 새벽인 듯 하다.
해가 뜨기 전 밝아오는 새벽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집을 보니 타샤 튜더가 살았던 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집이다. 그리고 마차가 불을 밝히고 어디론가 출발한다.
다음장을 넘기니 훨씬 밝아졌다.
그리고 아래 작게 ★ 옆으로 쓰여진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한나는 아미시소녀예요. 아미시는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교파를 말해요. 주로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 오하이오 주 등에 모여 살고 있지요. 이 사람들은 새로운 문명을 거부하고 18세기의 옛날 생활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요. 예를 들면 검은 모자나 검은 양복을 입고 마차를 사용해요. 그런 마을에 사는 한나가 처음으로 큰 도시를 여행해요. 한나의 눈으로 본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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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이해하기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 글 만으로 본다면 우리 정서와 괴리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걱정도 될 것이다.
과연 아이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라면서….
하지만, 이 부분은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와 배경이다.
작가는 아미시를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아미시를 옹호하고 있지도 않다.
단지 도시와 대비된 삶을 한나의 눈을 통해 보여주며, 각자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나의 눈물을 통해 말한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지극히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이렇게 극적으로 대비되게 그리며 느끼게 하는 것은 작가의 글과 그림의 구성 방식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낯선 환경임에도 내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건 바로 나도 비슷한 아니 너무도 닮은 경험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한나는 18세기 옛날 생활 방식을 지키며 살고 있다.
문명과는 거리 먼 소녀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와 한나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문명을 접하고 접하지 않고 차이일 것이다.
난 시골에서 자랐다.
문명이라곤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유일하게 시골 밖의 세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창구였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도시의 삶을 동경했고, 시골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도시로의 유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도시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 정말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런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나름대로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할지 밑 그림도 그렸놓았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기를 하루 하루 손 꼽으며 도시로의 탈출을 꿈꿨다.
그렇게도 바라던 도시로의 탈출을 이루던 날,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현실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던 부모님이 그리워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일주일 뒤 아버지 생신이라 시골로 향했다.
한창 눈이 내리고 버스가 끊겨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갈 차편도 없었다.
그렇게 보고 싶던 부모님…일주일이 이처럼 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산 너머에 있는 고향 집을 눈으로 인해 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아 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집으로 전화로 상황을 알렸다.
그러자 아버지가 데리러 오신다고 무조건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신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어디서 기다리나 걱정인데, 그런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아버지는 아시는 분이 계신 곳을 알려 주시며 따뜻한 방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신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가 오셨다.
집에 차가 없기에 동네 분과 함께 하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동네 유일의 택시를 그 밤에 불러 오셨다.
아버지를 보며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고향집에 도착했다.
손녀를 기다리시던 할머니는 버선발로 마당으로 뛰어 나오셨다.
그 때처럼 따뜻하고 가족이, 특히 부모님의 품이 따뜻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느껴 본 따뜻한 부모님의 품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한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알 것 같다 아니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다시, 한나 이야기로 돌아가자.
표지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며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둠만 가득했던 고향집을 떠나 점차 여명이 밝아오며 마차는 숲을 달리고 시카고행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 오르는 순간 하늘 저 편에 붉은 태양의 기운이 넓게 번져간다.
그리고…번잡한 도시의 모습이 정신없이 그려져 있다.
한나는 가방을 들고 호텔 앞에 서서 도시를 살핀다.
그런 한나를 이상한 눈으로 사람들이 쳐다본다
이야기는 도시의 모습과 한나의 고향의 모습이 한 페이지씩 대비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시골 소녀가 도시에 와서 느끼는 기분은 그곳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똑같은 것 같다.
너무도 신기한 것 투성이, 별천지에 온 듯한 기분.
모든 것이 완벽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림으로 또 다른 도시의 모습과 시골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화려함으로 가득한 도시 저편의 골뚝에 솟아오르는 연기.
그 위로 펼쳐진 어두운 하늘 빛
반면 고향의 하늘은 밝디 밝은 하늘 빛
모든 것이 밝은 톤 일색이다.
본격적으로 즐기는 도시.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한나 일행.
한나는 색다른 느낌을 받고, 많은 것이 궁금하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과 대비되는 어두침침한 고향집.
이번엔 전 장과 너무도 반대되는 톤으로 그려져 있다.
다음 장.
도시의 공원을 경험하고 있는 한나.
또 다시 등장한 짙고 어두운 톤의 도시의 파란 하늘.
대조적인 밝은 톤의 고향집 하늘과 산과 들.
높은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도시.
도시의 큰 길을 활주하는 많은 자동차와 보도로 바삐 움직이고 있는 많은 사람들.
한나는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속엔 여유로움은 느낄 수 없다.
작가는 고향집의 여유로운 협동 퀼트를 하는 모습을 통해 정겨움과 함께 여유로움을 그려냈다.
커다란 어항 속에 갇혀 있는 물고기들이 있는 도시의 수족관.
한나는 그것을 물고기와 나 사이에 유리 벽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도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한나가 생각한 유리 벽은 단순한 유리 벽이 아님을 작가는 말해 주고 있다.
그것은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수족관 유리 벽 앞에 모여 선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 있다.
호기심이라곤 찾아 보기 힘든 표정들이다.
그저 아 저런 물고기가 있구나 정도의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다음장의 한나의 고향 풍경은 전혀 다르다.
분위기부터 어둠침침한 수족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주 밝은 태양광 아래 호숫가다.
한 아주머니가 자랑스럽게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한 손으로 들어 보여주고 있고, 그 모습을 아주 호기심이 가득찬 눈으로 많은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다.
또한 옆의 양동이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두 꼬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장에서는 그림의 한 곳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차고 호기심, 평화로움으로 가득하다.
아주 큰 규모의 도시의 성당 모습.
하지만 큰 성당에 있는 한나 일행은 너무도 작아 보인다.
한나는 붕 뜬 기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반면 고향 교회의 모습은, 비좁은 교회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마을 사람들과 경건히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목사님의 모습.
이곳엔 위압감을 느낄 수 없다.
평화로움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날.
미술관에서 고향 집 모습을 닮은 그림 앞에서 한나는 가만히 서 있다.
그리고 그 그림 앞에서 운다.
그렇게 한나는 깨닫는다.
고향과 부모님 및 가족이 얼마나 그리운지를.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지를…
한나의 일주일간의 도시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고향집으로 돌아올 때는 반대로 서쪽 하늘로 붉은 노을을 지으며 해가 기울고 있다.
시간이 흘러 그리운 시골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한나를 만나기 위해 어둠을 뚫고 모여든다.
아마도 한나가 너무도 보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다음엔 도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라고 생각된다.
이 모든 것을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한나는 조용히 가방을 들고 집안으로 향한다.
한나의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 또한 전 작인 『도서관』, 『리디아의 정원』과 다름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적어도 내게는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